1심 선고 일주일 전 급매 시도, 4개 기업 입찰 참여
서울지법, '이전 등기' 말소 판결, 현 소유권도 상실 가능
강남 에이프로스퀘어 빌딩의 '소유권 이전 등기'가 법원에서 무효 판결을 받은 가운데, 현 소유주 측이 1심 선고를 불과 일주일 앞두고 건물을 급매하려 한 정황이 포착됐다.
판결 결과에 따라 향후 제3의 매수자마저 소유권을 잃을 수 있는 위험이 컸음에도 매각 절차를 강행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이 건물은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박근혜 정부)의 가족 회사 정강이 50억 원을 투자해 한때 '우병우 빌딩'으로 불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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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남 에이프로스퀘어(전 바로세움3차) 빌딩. [시선알디아이 제공] |
11일 KPI뉴스 취재 결과, 제이알투자운용은 지난 4일 에이프로스퀘어의 매각 입찰을 진행했다. 입찰에는 코람코자산신탁, KB자산운용, LB자산운용, 대신자산신탁 등 4곳이 참여한 것으로 확인됐다.
제이알은 이 건물을 2022년 인수한 실질 소유권자다. 등기상에는 제이알과 신탁계약을 맺은 우리은행이 소유자로 되어 있다.
문제의 핵심은 매각 입찰 시점이다. 법원의 소유권 관련 1심 선고일이 지난 10일로 예정돼 있었음에도, 제이알 측은 선고 일주일 전 매각을 추진했다.
이번 입찰은 매각 희망가와 매수 희망가 간 격차로 인해 무산됐다. 제이알투자운용은 평당 약 4300만 원(총 3500억 원 상당)을 제시했으나, 입찰 참여사들은 사법 리스크 등을 이유로 평당 4000만~4100만 원 선을 제시해 약 200억 원의 시각차를 보였다.
제이알투자운용이 2022년 매입 당시 투입한 자금이 3420억 원이다. 매각 수수료(약 70억~80억 원) 등을 차감할 경우 사실상 시세차익 없이 원금 회수 수준에서 처분하려 한 셈이다.
지하철 신논현역 인근의 우수한 입지와 높은 임대율에도 불구하고 통상적인 사모펀드 운용 기간(5년)보다 빠른 4년 만에 본전 매각을 시도한 것은 법적 리스크 탈출을 염두에 둔 다급한 행보로 풀이된다.
이 사안을 잘 아는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입찰 참여 기업들 역시 재판 진행 상황을 인지하고 가격 인하을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게다가 제이알 측은 소유권 상실 등 향후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에 대해 "매수자의 몫"이라는 입장을 고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지난 10일 원소유주인 시선알디아이가 한국증권금융, 하나은행, 우리은행 등을 상대로 제기한 '소유권이전등기절차 이행 및 부당이득금 반환' 소송 1심에서 "한국증권금융과 하나은행 명의의 소유권 이전 등기를 말소하라"며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부동산 등기법상 선행 등기(보존·이전등기)가 무효로 확정되면 이를 바탕으로 이뤄진 후행 등기 역시 무효가 된다.
이번 판결대로 선행 등기가 말소될 경우, 제이알투자운용과 우리은행의 현재 소유권은 물론 매수자의 소유권 역시 법적으로 보호받지 못하게 된다. 3500억 원 상당의 매수자금도 날리게 되는 것이다.
제이알과 우리은행 측은 소송 진행 사실을 알고 있었다. 우리은행은 소송 피고로서 당사자였고, 시선 측은 지난 7월 초 이 두 회사와 매각 주관사로 선정된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에게 "소송 중이므로 매각을 중단하라"는 내용증명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1심 선고를 앞두고 매각 절차를 진행한 이유를 묻는 질문에 우리은행은 "우리은행은 신탁 계약에 따른 수탁자 지위에 불과해 매각 관련 의사 결정 권한이 없다"며 "펀드를 운용하는 자산운용사(제이알투자운용)가 결정하는 사안"이라고 해명했다.
제이알 측은 "기존 소송과 마찬가지로 시선알디아이의 주장은 무리한 주장이라고 판단한다"고 답했다. 제3의 매수자에게 막대한 리스크가 발생할 수 있음에도 2차 매각 입찰을 진행할 것인지 등 추가 질문에는 "소송 결과가 파악되지 않아 나머지는 답변이 어렵다"고 했다.
KPI뉴스 / 설석용 기자 ssyasd@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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