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주로 벼락부자가 된 대기업 임원들이 많아졌다. 상승장에서 팔 법도 한데 뚝심있게 버틴 덕이다. 역시 혜안이 다른 걸까. 한 대기업 임원에게 비결을 물었더니 생각지도 못한 답이 돌아왔다. "눈치가 보여서 못 팔았을 뿐인데요."
27일 기업분석전문 한국CXO연구소가 지난달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삼성전자·SK하이닉스 비오너 임원 중 자사주 평가액이 10억 원을 넘는 인원은 1분기 기준 173명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준으로 지난해 10월 31명에서 5.6배 급증했다. 연구소는 2분기 중에는 이 숫자가 200명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 10월과 비교하면 약 7배에 달하는 규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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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삼성전자·SK하이닉스 '비오너 임원' 자사주 10억 클럽 추이 [제미나이 생성] |
임원들이 자사주를 쉽게 팔지 못하는 데는 구조적인 이유가 있다. 자본시장법상 상장사 임원은 자사 주식을 단 1주라도 사고팔면 5일 이내에 소유 현황을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보고(공시)해야 한다. 자신이 몇 주를 현금화했는지 고스란히 공개되는 셈이다.
이 공시는 누구나 볼 수 있다. 투자자만이 아니다. 배우자도 본다. 한 임원은 "주식을 팔면 아내가 바로 알게 되지 않겠느냐. 그게 제일 무섭다"고 농담처럼 말했다.
주주들의 '따가운 시선'도 임원들의 주식 처분을 막는 요인이다. 주가가 오르는 시점에 매도 공시가 뜨면 시장에서는 '고점 신호'로 읽히기 십상이다.
조직 안에서도 "회사 앞날을 불신하는 것 아니냐"는 눈총을 감수해야 한다. 올 1월 삼성전자에서는 '임원 자사주 의무 수령 폐지' 내부 공지가 뜨자마자 일부 임원들이 보유 주식을 대거 처분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곧장 "책임경영 취지가 무색하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임원들이 보유 주식을 함부로 팔면 어떤 일이 생기는지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였다.
이런 사정이 쌓이다 보니 임원들의 자사주는 자연스럽게 장기 보유로 이어졌다.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들고 있던 것이 뜻밖의 수익을 안겨줬다고 임원들은 말했다.
삼성전자 주가는 지난해 11월 말 이후 6개월 새 241%, SK하이닉스는 404% 올랐다. 노태문 삼성전자 사장의 자사주 평가액은 약 215억 원, 박학규 사장은 132억 원에 달했다. SK하이닉스에서는 곽노정 사장이 103억 원으로 처음 '100억 클럽'에 이름을 올렸다.
반도체 업종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다른 대기업 임원들 사이에서 비슷한 목소리가 나온다. 한 대기업 임원은 "윗분이 사면 따라 사는 거고, 팔자니 공시가 무섭고, 그러다 보니 그냥 들고 있게 된다"고 말했다. 그가 재직 중인 주가도 같은 기간 181% 뛰었다.
KPI뉴스 / 유충현 기자 babybug@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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