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성열의 AI경제] 지방선거 앵그리 2030은 정치 세력화할 것인가
KPI뉴스
go@kpinews.kr | 2026-06-18 09:31:44
AI시대, 생계와 미래 빼앗긴 청년들의 세력화
양반국가냐, 콩가루나라냐…어른 품격에 달렸다
올 3월 이 칼럼난(欄)에서 일본의 30대 IT 전문가들이 총선에서 11명의 비례대표 국회의원 당선자를 배출하며 창업형 정치개혁에 나섰다는 뉴스를 소개한 적이 있다. 36세의 안노 다카히로 팀 미라이(Team 未來) 당 대표는 정권 획득이 아니라 일본 국가 운영체제(OS)를 업그레이드하고 싶다며 소셜미디어 유세와 인공지능(AI) 아바타, 선거자금 디지털 공시 등 신박한 캠페인을 펼쳐 주목을 받았다. 3개월 후 한국의 지방선거에서 선거관리위원회의 관리부실로 투표권이 침해된 데 분노한 20,30대 젊은이들이 뛰쳐나와 거리와 광장을 메웠다. 성난 한국의 젊은이들도 국가 OS의 교체를 요구하고 나설 것인가.
개인적으로 나는 매우 높은 확률로 "그렇다"고 답하고 싶다.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각기 아전인수 격으로 앵그리 K키즈들이 자기편이라고 주장하지만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다. 한국갤럽의 3월 여론조사를 보면 20대에서 무당(無黨)파는 남(45%)·여(46%) 모두 40대(16%)·50대(20%) 무당파보다 2배 이상이다. 이들은 낡은 보수와 진보의 이념잣대를 떠나 '나라다운 나라' '주권의 품격' '미래의 희망'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화난 청년들의 목소리와 현 상태를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우선, 앵그리 영맨들은 시위 현장에서 자신의 주장 가운데 특정한 정당 지지나 정치적 색깔을 모두 배제했다. 미국 성조기도 오해의 우려를 들어 금지시켰다. 오로지 '참정권 보장' '재선거' 등 선거 불공정 이슈만 제기했다. 이들이 원하는 나라는 국민의 헌법상 권리가 보장되는 정상국가였다. 자기가 원하는 나라를 만드는 길은 결국 정치다. 지금은 시위에 그치지만 멀지 않아 불판을 갈러 소매 걷어붙이고 직접 뛰어들 것이다. 오세훈, 정원오, 한동훈, 이준석 같은 기성 정치인이나 기존 정당의 청년인재 발탁 제도는 화난 청년을 달랠 수 없다. 아예 새로운 정치세력을 창업하는 방식으로 도전할 확률이 높다.
2030 청년의 성난 목소리가 터져 나온 계기는 정치였지만 배경에는 경제적 불공정 이슈가 깔려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전·월세 난과 맞물린 집값 고공행진, 삼성전자 성과급 배분으로 불거진 소득격차, AI 확산으로 인한 신입사원 채용감소, 연금개혁 부진과 국가채무 증가 등 그들이 느낀 불안과 불만이 한꺼번에 표출됐다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나라에서도 청년들이 자기 손으로 직접 '정의'를 바로잡기 위해 움직일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앞서 말한 일본 팀 미라이의 정당 구호는 '미래는 밝다고 믿을 수 있는 나라로'이다. 우리 청년들이 원하는 방향과 정확하게 일치한다. 2026년의 하루는 20~30년 전의 한 달에 해당한다. 그만큼 변화가 빠르다. 더욱이 AI 전환으로 정치·경제·사회·문화가 몽땅 지각변동하고 있다. 20세기 아날로그 할아버지는 물론, 21세기 초입의 인터넷 아저씨들에게 AI 키즈의 미래를 맡겨놓을 수는 없다.
할아버지와 아저씨들은 변호사 시험과 공인회계사 시험 합격자 수를 줄여야 한다는 한심한 주장만 하고 있다. 철밥통의 크기를 그대로 유지하기 위해 신규 유입을 막겠다는 기득권의 이기심이다. 20대 청춘을 바쳐 시험에 합격한 젊은 신입사원들에게 무슨 생각이 들까. "에이전트 AI 하나가 10명 신입사원 역할을 할 수 있다"며 신규채용을 줄이는 회사를 보면 심정이 어떨까. 청년들도 시간이 흐르면 지금 40, 50 아저씨가 차지한 자리로 올라와야한다. 60,70 할아버지처럼 노후도 준비해야한다. '난 무엇을 배워야하나, 어떤 직업을 가져야할까, 먹고사는 생계문제는 해결할 수 있을까, 결혼해 내 아이를 낳아 키울 수 있을까, 무사히 은퇴해 세계여행이라도 할까'하는 걱정이 드는 게 당연하다. 미래를 꿈꿀 수 없으니 화가 나는 것이다. 앵그리 제너레이션의 핵심 키워드, 바로 '미래의 소멸'이다.
한국에서 거대 양당은 청년의 미래를 책임지고 설계할 능력도 의지도 없다. 2024년 12월 3일 윤석열 내란사건이 터진 후 지난 1년 반 동안 집권 여당은 검찰과 법원을 해체 혹은 무력화시키는데 열중하고, 야당은 윤석열 노와 어게인 사이에서 표류했다. '미래의 소멸' 위기에 처한 2030에게 현재 정치권은 전혀 도움이 되질 못한다. 이제 청년들은 자신의 정치수요를 스스로 해결하는 정치세력화에 나설 것이다.
그리고 어른들은 이들 미래세대를 도와줘야할 의무가 있다. 일각에서 미래를 찾아 나선 청년들의 도전과 기성세대 사이의 긴장관계를 부정적으로 묘사하곤 한다. 할아버지, 아버지가 손자 혹은 아들의 성장을 거들고 지혜롭게 물려주는 가정이 양반이요, 명문가다. 그렇지 않다면 콩가루 집안이 될 것이다. 한국은 양반국가로 존경을 받을 것인가, 아니면 콩가루 나라로 비웃음을 살 것인가. 청년을 돕는 어른의 품격에 대한민국의 미래가 달려있다.
● 노성열은
30여 년 경력의 경제부 기자로 산업계와 인공지능(AI)을 주로 취재했다. 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정부 부처 및 경제 단체를 출입하면서 삼성, 현대, SK 등 대기업과 중소벤처업계 현장에서 발생하는 뉴스를 다루어왔다. 일본, 법제도, AI를 포함한 첨단 과학기술 등이 주 관심분야다. 언론계뿐 아니라 학계에도 진출해 지식재산권(IP) 인식 제고와 공학교육 개혁에 매진하고 있다.
△KAIST 공학석사, 한양대 국제학대학원 일본지역학 석사, 고대 법대 및 한국외국어대 일본어학과 학사 △1991년 문화일보 입사 △북리뷰팀, 법조팀, 산업팀장, 전국(지방자치)부 부장 △한국지식재산기자협회(KIPJA) 회장(2024~)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외부협력 총장 보좌역(2024.6~) △영국 옥스퍼드대 VOX(Voice From Oxford) 한국지부 대표(2024~)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과학과 기술' 편집위원(2023~) △국가녹색기술연구소 정간물 편집위원(2024~) △식품의약품안전처 정책자문위원(2020~2022)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데이터미래전략위원회 미래정책분과 자문위원(2021~2023)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 '인공지능 활성화 방안 연구' 총괄위원(2023) △주요 저서: 뇌 우주 탐험(이음, 2022), 인공지능 시대 내 일의 내일(동아시아,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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