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텍 연구팀, 세포 안에서 복잡한 계산 가능한 RNA 회로 'RATEX' 개발

장영태 기자

3678jyt@kpinews.kr | 2026-06-10 10:16:01

번역 단계에서 일어나는 정교한 판단 과정을 전사 제어로 연결
RNA·대사물질처럼 서로 다른 신호, 하나의 RNA 설계 안에서 통합 처리 가능

포스텍은 생명과학과 김종민 교수, 강한솔 박사, 통합과정 고현섭·김채리 씨 연구팀이 세포 내부에서 여러 신호를 동시에 읽고 스스로 판단해 반응을 만들어내는 'RNA 기반 스마트 유전자 회로' 플랫폼 'RATEX'를 개발했다고 10일 밝혔다.

 

▲ 포스텍 생명과학과 김종민 교수, 강한솔 박사, 통합과정 고현섭·김채리 씨 연구팀. [포스텍 제공]

 

단순히 유전자를 조작하는 수준을 넘어 세포 자체가 일종의 '살아있는 컴퓨터'처럼 작동하는 시대에 한 걸음 더 다가서게 한 이번 연구성과는 화학 분야 국제 학술지 '앙게반테 케미'에 게재됐다.

 

세포가 유전자를 활용하는 방식은 DNA에 담긴 정보를 RNA로 옮기는 '전사' 단계, 그리고 RNA를 읽어 단백질을 만드는 '번역' 단계 등 크게 두 단계로 나뉜다. 지금까지 RNA 기반 유전자 회로 기술은 신호의 감지와 처리가 주로 번역 단계에 머물러 있었다.

 

문제는 세포가 처리해야 할 신호가 한두 가지가 아니라는 점이다. 세포도 수많은 분자 신호를 한꺼번에 통합해 판단해야 한다. 기존 기술로는 이 복잡한 계산을 소화하기 어려웠다.

 

연구팀은 단백질을 만드는 '리보솜'에 주목했다. 리보솜은 RNA를 읽으며 묵묵히 단백질을 찍어내는 역할을 맡고 있다. 연구팀은 특정 조건이 충족될 때 리보솜이 유전자 위 특정 지점에서 멈추도록 설계했다. 이 '멈춤' 자체가 신호가 되어 유전자 발현의 시작 여부를 결정하는 방식이다.

 

번역 단계에서 얻은 계산 결과가 전사 단계의 작동 여부로 즉시 이어지는 구조가 바로 RATEX 플랫폼의 핵심이다. 연구팀은 이를 '번역-전사 전환 기술(TTC)'이라고 부른다. 기존 유전자 회로에서 검증된 번역 단계의 논리 스위치들을 조합해 전사 과정을 직접 제어할 수 있게 했다.

 

이러한 새로운 접근법을 통해 기존 합성생물학 유전자회로의 설계 한계를 극복하고 확장성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었다. 연구팀은 최대 1492배에 달하는 유전자 조절 능력을 확인했다. 최대 6개의 RNA 신호를 동시에 처리하는 복잡한 논리 연산 회로도 구현했다.

 

▲ RATEX 플랫폼의 신호 처리 능력 및 이를 기반으로 설계된 유전자 회로를 활용한 세포 프로그래밍 모식도. [포스텍 제공]
▲ RATEX 플랫폼의 신호 처리 능력 및 이를 기반으로 설계된 유전자 회로를 활용한 세포 프로그래밍 모식도. [포스텍 제공]

 

여기에 RNA 신호뿐 아니라 아미노산이나 비타민 같은 대사물질까지 함께 인식하는 다양한 종류의 하이브리드 논리 게이트도 만들었다. 세포가 단순히 반응하는 수준을 넘어 여러 종류의 정보를 동시에 '계산'하는 단계로 발전한 것이다.

 

특히 연구팀은 이 기술을 CRISPR 유전자 제어 시스템과 결합해 특정 조건이 모두 충족될 때만 세포의 형태를 바꾸거나 세포 내부 구조를 새롭게 재배치하는 데도 성공했다. 세포를 정밀하게 '프로그래밍'할 수 있음을 실제로 보여준 것이다.

 

이 기술은 다양한 분야로 확장될 가능성이 크다. 암세포에서만 나타나는 특정 신호를 감지해 그 자리에서 치료 물질을 생산하는 스마트 치료제나 특정 오염물질이 감지될 때만 반응하는 환경 바이오센서도 발전할 수 있다.

 

김종민 교수는 "번역 단계에서 일어나는 정교한 판단 과정을 전사 제어로 연결했다"며 "RNA와 대사물질처럼 서로 다른 신호를 하나의 RNA 설계 안에서 통합 처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새로운 설계 패러다임"이라고 말했다.

 

KPI뉴스 / 장영태 기자 3678jyt@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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