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돈은 어디서 어떻게 움직이는가…차현진의 '은행 너머의 금융'

장한별 기자

star1@kpinews.kr | 2026-07-23 15:05:09

스테이블코인과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가 화폐의 미래를 바꾸고 있다. 핀테크 기업은 은행의 고유 영역으로 여겨졌던 송금과 결제 시장에 깊숙이 들어왔다. 그런데도 금융을 설명하는 시선은 여전히 주식과 채권, 대출과 자산운용에 머무는 경우가 많다.

38년 넘게 한국은행에서 일한 중앙은행가 차현진 호서대 비즈니스스쿨 교수가 신간 '은행 너머의 금융'을 펴냈다. 책은 금융의 본질을 '돈을 불리는 일'이 아니라 '돈을 주고받는 일', 즉 지급과 결제에서 찾는다.

저자는 기원전 7세기 금속화폐부터 어음과 수표, 예금, 신용카드, 중앙은행을 거쳐 비트코인과 스테이블코인, CBDC에 이르기까지 지급수단의 역사를 추적한다. 시대마다 새로운 지급수단이 왜 등장했고, 그것이 은행과 국가, 개인의 관계를 어떻게 변화시켰는지를 살핀다.

이 책의 장점은 금융사를 서구 중심의 제도사로만 다루지 않는다는 데 있다. 중국 당나라의 비전과 송나라의 교자, 고려와 조선의 금융 관행을 함께 들여다본다. 기독교와 이슬람의 금융 전통도 비교하며 돈과 신용을 둘러싼 제도가 각 사회의 문화·종교·기술과 맞물려 진화해왔음을 보여준다.

금융과 은행은 같은 말처럼 쓰이지만 둘은 일치하지 않는다. 은행이 지금과 같은 모습으로 자리 잡기 전에도 사람들은 돈을 보내고 빚을 갚았으며 거래를 결제했다. 오늘날에는 핀테크와 디지털자산의 등장으로 지급·결제 기능이 다시 은행의 경계를 벗어나고 있다. 제목의 '은행 너머'는 은행의 소멸을 뜻하기보다 금융을 은행 중심의 시각에서 벗어나 바라보자는 제안에 가깝다.

저자는 역사 설명에 그치지 않고 한국의 지급결제 제도가 안고 있는 구조적 문제로 시선을 돌린다. 금융의 미래를 설계할 원칙으로 이용자 보호와 개방, 거버넌스 개선을 제시하고 'K-금융'이 풀어야 할 10대 과제도 정리했다.

차 교수는 한국은행 조사국·금융시장국 등을 거쳐 워싱턴사무소장, 금융결제국장과 부산본부장을 지냈다. 한국은행법과 은행법,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에도 관여했다. 현장 경험에 역사·법률·경제학적 시각을 더해 복잡한 지급결제의 세계를 일반 독자도 따라갈 수 있도록 풀어냈다.

스테이블코인은 화폐인가, 금융상품인가. 디지털 시대에도 은행은 필요한가. 중앙은행은 어디까지 개입해야 하는가. '은행 너머의 금융'은 이러한 질문에 답하기 위해 우리가 매일 쓰면서도 제대로 알지 못했던 '지급'의 역사를 먼저 돌아보게 한다.

 

 

KPI뉴스 / 장한별 기자 star1@kpinews.kr

 

[ⓒ KPI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WEEKLY HO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