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성과급 놓고 '직원 vs 주주' 대립 격화

안재성 기자

seilen78@kpinews.kr | 2026-04-27 17:41:23

노조, 성과급 재원 '영업이익 15%' 명문화 요구…반도체 부문 평균 성과급 6억
"회사 적자 나도 직원들은 월급 꼬박꼬박 받아…노조 요구는 과도한 수준"

"업계 최고 대우를 약속한 건 회사다. 오늘날 성과는 직원들 노력 덕이니 직원들이 보상받아야 한다"(삼성전자 반도체 부문 직원 권 모 씨)

 

"주식회사의 주인은 주주다. 직원들한테 과도한 성과급을 뿌리기 전에 먼저 주주들에게 배당해야 한다"(삼성전자 소액주주 박 모 씨)

 

삼성전자는 '국민주'로 불린다. 주식을 보유한 개인투자자 수만 약 461만 명에 달한다. 그러다보니 최근 성과급을 놓고 노사 간 대립뿐만이 아니라 '직원 vs 주주' 대립으로도 번지는 모양새다.

 

임금협상이 거듭 결렬되자 삼성전자 노동조합 공동투쟁본부는 다음 달 21일부터 6월 7일까지 18일간 총파업에 돌입하겠다고 지난 23일 예고했다.

 

 

노조는 성과급 상한(연봉의 50%)을 폐지하고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 재원으로 활용하도록 명문화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올해 삼성전자 영업이익 예상치가 약 300조 원이므로 노조 요구가 받아들여지면 성과급 재원은 약 45조 원에 달한다.

 

가장 처우가 파격적으로 변하는 곳은 반도체(DS) 부문이다. 기존 제도대로라면 반도체 부문 직원들의 1인당 평균 성과급은 6000만~7000만 원 수준에 그친다. 그러나 노조 요구를 적용하면 성과급이 약 6억 원, 10배 가까이 치솟는다.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 직원 권 모(48·남) 씨는 "현재 반도체 부문 노조 가입률이 70%를 넘어 전 부문 중 가장 높다"며 "총파업에도 반도체 부문 직원들이 제일 적극적"이라고 말했다.

 

사측도 최근 과거보다 진전된 제안을 내놓긴 했다. 초과 성과 1조 원당 연봉의 1% 지급, 초과 성과가 100조 원을 넘어갈 경우 1% 추가 지급 등이다. 삼성전자는 1분기에 기존 성과급(연봉의 50%) 지급을 위한 성과는 이미 달성했으므로 2분기부터는 모두 초과 성과가 된다. 이 제안대로라면 반도체 부문 직원들 1인당 평균 성과급은 약 3억 원(영업이익 300조 원 기준)이다. 

 

그러나 노조는 단칼에 거절했다. 노조 측 요구보다 금액이 훨씬 작은 데다 '일회성 보상'이어서다. 노조는 '영업이익 15%'를 성과급 재원으로 못 박길 원하고 있다.

 

권 씨는 "회사는 오랫동안 업계 최고 대우를 약속해왔다"며 "그 약속을 지키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경쟁사인 SK하이닉스 직원들의 내년 성과급은 1인당 약 6억 원으로 예상된다. 그 수준을 맞추려면 영업이익 15%를 재원으로 삼아야 한다는 계산이다.

 

또 다른 반도체 부문 직원 임 모(30·남) 씨는 "이미 몇 년 전부터 성과급 규모가 SK하이닉스에 못 미쳐서 직원들이 화가 많이 난 상태"라면서 "요구가 받아들여질 때까지 파업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주주들은 노조가 요구하는 성과급 재원(45조 원)이 작년 배당금(11조1000억 원)의 4배에 달하고 연구개발(R&D) 투자금(37조7000억 원)도 웃도는 걸 지적하며 "너무 과하다"고 비판한다.

 

삼성전자 소액주주 박 모(26·남) 씨는 "주식회사의 주인은 엄연히 주주다"며 "직원들 챙기기 전에 주주 배당금부터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삼성전자 노조 활동에 반대해온 '대한민국 주주운동본부'는 "미래 투자를 포기하는 무리한 성과급 요구를 500만 주주가 거부한다"고 외쳤다. 민경권 대한민국 주주운동본부 대표는 "영업이익 상한선 없이 이익이 날 때마다 성과급으로 지급하라는 요구는 '악덕 채권자'와 다르지 않다"고 비판했다.

 

이미 지난 23일 노조 결의대회 옆에서 '맞불 집회'를 가진 대한민국 주주운동본부는 다음달 21일에도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자택 앞에서 집회를 벌이겠다고 경찰에 신고했다. 같은 날 오후 1시 이 회장 자택 앞에서 총파업 계획을 발표할 예정인 삼성전자 노조에 반발하는 성격으로 풀이된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성과급은 계약에 의해 주는 건데 지금 삼성전자 노조는 기존 계약을 크게 넘어서는 수준을 요구하고 있다"며 "너무 과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회사가 적자나도 직원들은 월급을 꼬박꼬박 받는다"고 꼬집었다.

 

박 씨도 "삼성전자 경영이 어려우면 주가가 내려가 주주들은 재산상 손실을 입는다"며 "그런데 위기일 때는 손해 한 푼 없던 직원들이 이익 많이 나니 수억 원씩 보상받으려는 건 심하다"고 비판했다.

 

온라인상에서 '상법 개정안'을 돌려보면서 소송을 준비해야 한다는 주주들도 여럿이다. 지난해 통과된 개정 상법은 '주주'도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으로 정했다. 삼성전자 이사회가 과도한 성과급을 지급해 주주가치를 부당하게 훼손하면 배임으로 소송을 제기하겠다는 얘기다.

  

KPI뉴스 / 안재성 기자 seilen78@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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