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레미콘 '합의안 부결'…휴업은 계속, 건설대란 불가피
설석용 기자
ssyasd@kpinews.kr | 2026-06-10 18:36:52
사측과의 '잠정 협의안' 부결로 전면 휴업 지속
수도권 레미콘 운송노조가 사측과의 잠정 합의안에 최종 반대했다. 전면 휴업 사태가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면서 건설대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10일 한국노총 전국레미콘운송노동조합은 사측과의 잠정 합의안에 대한 조합 찬반 투표를 실시한 결과 조합원 7517명 중 7222명이 참여해 찬성 2213명, 반대 4931명으로 부결됐다고 밝혔다. 조합원 68.3%가 반대했으며, 무효기권표는 78명이다. 잠정 합의안에는 운송비 4200원(1년 기준) 인상과 통합교섭 등 안건이 담겼다.
전면 휴업 이튿날인 지난 9일 운송노조와 제조사 측은 오후 2시부터 밤 10시 30분정도까지 장시간 2차 협상을 벌였다. 이 자리에서 통합교섭 방식과 연간 운송비 4200원 인상안을 잠정 합의했다. 당초 사측은 1년 2500원 인상안을 제시했고, 노조는 8000원 인상을 요구했다가 중간 지점에서 합의를 본 것이다.
그러나 노조 전체 투표에서 부결됐다. 노조는 최근 대전 지역이 1회 8만1000원으로 인상비용 협상을 마무리했는데, 수도권도 최소 이 수준이 돼야 한다는 분위기다.
그동안 수도권은 14개 권역이 각각 개별 협상을 해왔다. 따라서 같은 인상폭이라도, 최종 인상된 비용은 다 달랐다. 현재 수도권의 평균 1회당 운송비용은 7만5800원이지만 용인과 평택 등 일부 지역은 이 보다 낮은 7만 원 초반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이번 잠정 합의안에 대해 용인과 평택 지역 운송기사들의 반대가 심했다고 노조 측은 설명했다.
다만 이번엔 '공수가 바뀐' 분위기도 감지된다. 사측은 인상폭을 당초 2500원에서 4200원으로 상향 조정하며 어느 정도 양보를 한 상태다. 노조 전체의 요구에 따라 대전 지역 수준으로 전체 운송비용을 끌어올리려면 최소한 사측이 1000원 정도를 더 인상시켜줘야 한다. 사측이 인상폭을 키우거나 노조가 자체적으로 조율에 성공해야 하는 상황이다.
당장 건설현장에서는 '레미콘 리스크'가 이미 나타나고 있다. 일부 대형 건설사들이 방어 전략을 펼치고 있지만, 합의 타결이 미뤄진 만큼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지난 8일 레미콘 휴업과 동시에 현대건설은 약 30여 곳의 현장에서 콘크리트 타설 작업을 멈췄고, 대우건설은 수도권 전체 현장에서 타설 공정을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를 시공 중인 삼성물산 건설부문 역시 이번 전면 휴업을 대비해 지난 주말 타설 작업을 집중 실시했다. 당장 일주일 정도는 버틸 수 있는 물량을 확보한 상태다. 롯데건설도 대체 가능한 공정을 우선 진행하는 방식으로 리스크를 줄이고 있다.
대한건설협회가 운영한 '레미콘 휴업 관련 기업애로 지원센터'에 접수된 피해 현황을 확인한 결과, 전날 오후 3시 기준 대형 건설사 12개 사의 현장 70곳에서 레미콘 공급 중단으로 약 5만㎥의 콘크리트 타설이 지연됐다. 이는 믹서트럭 8348대 규모 수준이다.
한국레미콘공업협회에 따르면 운송노조가 휴업을 시작한 지난 8일 수도권에서 레미콘을 출하한 회사는 43곳으로 집계됐다. 2024년 12월 기준 수도권(서울·경인) 레미콘 협회사는 총 142곳으로, 약 30%에 해당한다. 현재 이 회사들의 레미콘 운송기사 대부분이 휴업에 참여하고 있어, 실제로 레미콘이 출하된 양은 극히 적은 것으로 전해졌다.
협회에 등록된 레미콘 믹서트럭 수는 2024년 12월 기준 9604대다. 첫날부터 휴업에 참여한 운송기사는 8000명, 레미콘 운송장비는 1만1000여 대인 점을 감안하면 가동 여력은 턱없이 부족한 상태다.
일반적인 재개발·재건축 등 도시정비사업 현장은 비교적 낫지만 대형 산업 현장은 곧 현장 리스크가 시작될 거라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 4월 한 달 동안 삼성전자 평택캠퍼스가 있는 경기 남부권(18만㎥)과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가 있는 경기 동부권(32만㎥)에서 쓴 레미콘 사용량이 수도권 전체 사용량(202만3000㎥)의 약 25%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 수도권 레미콘 운송노조 관계자는 "용인이나 평택 반도체 산업단지 레미콘 기사들 대부분이 휴업에 참여하고 있는데, 이렇게 큰 국가 사업은 휴업 시작 나흘 정도 뒤면 바로 금액적인 피해가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022년 7월 수도권 레미콘 운송 거부로 공장 158곳이 가동을 멈췄는데, 당시 업계 피해 규모는 하루 300억 원 수준으로 추산됐다.
KPI뉴스 / 설석용 기자 ssyasd@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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