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ST "구부리면 숨겨진 그림 나타나는 투명 보안필름 개발"

최재호 기자 / 2026-07-08 08:19:50
김태성 교수팀, 기하학적 패턴으로 미세구조 방향 제어하는 구조색 필름 개발

평소에는 투명했다가 구부리면 숨겨진 이미지가 드러나는 보안 필름이 울산과학기술원 연구팀에 의해 새롭게 개발됐다. 보는 각도를 1도만 바꿔도 색이 또렷하게 변해 같은 각도 범위 안에 더 많은 보안정보를 담을 수 있고, 정품 여부도 더 쉽게 확인할 수 있게 됐다.

 

▲ 연구진 사진. 왼쪽부터 김태성 교수, 칼리안난 티야가라잔 박사, 지성준 연구원. [울산과학기원 제공]

 

UNIST는 기계공학과 김태성 교수팀이 기하학적으로 설계한 주름 구조를 활용해 평소에는 보이지 않던 이미지가 구부렸을 때 보는 각도에 따라 다채로운 구조색으로 나타나는 '광학 보안 필름'을 개발했다고 8일 밝혔다.


구조색은 염료가 아닌 표면의 미세구조가 빛을 반사하거나 회절시켜 나타나는 색이다. 연구팀이 개발한 필름은 표면의 주름이 미세구조 역할을 한다. 주름은 필름을 구부린 상태에서만 생기기 때문에 평소에는 보이지 않던 이미지가 구부렸을 때 색을 띠며 나타나는 보안 표식으로 쓸 수 있다.


이 필름은 표면에 생기는 주름의 간격은 일정하게 유지하면서도 주름의 진행 방향은 다양하게 만든 덕분에 보는 각도를 살짝 틀어도 색 변화가 또렷하다. 연구팀은 주름의 진행 방향을 바꾸기 위해 표면의 주름층 일부를 원형으로 비워내는 기술을 고안했다. 원형 공간에서 먼 곳에는 직선 주름이 생기지만, 원형 공간 주변에서는 주름이 부채살이 펼쳐지듯 여러 방향으로 퍼지며 휘어진다. 직선 주름과 방향이 서로 다른 곡선 주름이 함께 만들어지면서 빛을 여러 방향으로 회절시켜, 필름을 조금만 돌려도 색이 바뀌게 된다.


실험에서 보라색부터 빨간색까지 가시광선 영역의 색을 모두 나타내는 데 필요한 각도 변화는 약 7도에 불과했다. 기존 직선형 주름 필름은 색을 또렷하게 바꾸려면 약 5도, 가시광선 영역의 색을 모두 나타내려면 약 30도 정도 각도를 바꿔야 했다.

 

▲ 연구 그림. 주름 구조별 앵무새 보안 이미지의 색 변화 이미지. 

 

연구팀은 이 기술로 구부렸을 때만 앵무새 그림이 보이는 보안 필름을 만들었다. 새로운 기술을 적용한 필름은 특정 방향에서만 앵무새 그림이 나타나던 기존 필름과 달리, 0도부터 90도까지 돌리는 동안에도 이미지와 구조색이 계속 관찰됐다.


같은 보안 이미지가 보이는 필름이라도 주름이 갈라지거나 끝나는 위치는 미세하게 달라지는데, 이를 제품마다 고유한 광학 지문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 내구성도 뛰어나 필름을 500차례 반복해서 구부린 뒤에도 같은 방향의 주름과 구조색 반응이 안정적으로 되살아났다.


개발된 필름은 부드럽고 투명한 실리콘 소재인 폴리다이메틸실록세인(PDMS) 위에 키토산 막을 얇게 입혀 만들었다. 그 위에 원형 포토마스크를 올린 뒤 자외선을 쬐면, 가려지지 않은 부분은 단단하게 굳고 포토마스크가 입혀진 부분은 굳지 않아 물로 씻겨 나간다. 부드러운 PDMS 위에 단단하게 굳은 키토산 막이 얹힌 필름을 구부리면 두 소재의 강성 차이로 인해 키토산 막이 압축되면서 표면에 미세 주름이 잡힌다.


김태성 교수는 "주름이 여러 방향에서 잡히도록 설계해 작은 각도 변화에도 색이 빠르게 달라지도록 했다"며 "화폐와 신분증, 고가 제품과 의약품 포장 등의 위조방지 표식뿐 아니라 작은 움직임을 색으로 감지하는 광학 센서와 유연 디스플레이에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UNIST 칼리안난 티야가라잔(Kaliannan Thiyagarajan) 박사와 지성준 연구원이 제1저자로 참여했으며, 기능성 소재 분야 국제학술지 '어드밴스드 펑셔널 머티리얼스'(Advanced Functional Materials)에 6월 25일 출판됐다. 연구 수행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한국연구재단과 울산과학기술원의 지원을 받아 이뤄졌다.

 

KPI뉴스 / 최재호 기자 choijh1992@kpinews.kr  

[ⓒ KPI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최재호 기자

최재호 / 전국부 기자

S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