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수'가 된 장동혁…너무나 무기력한 비당권파

허범구 기자 / 2026-08-27 16:53:05
임기 1년 張, 당 장악 의도 노골화…대표 연임 포석
강성 당원 등에 업고 오세훈·한동훈 등과 차기경쟁
비당권파, 입으로만 사퇴 요구…吳·韓 연대도 난망
"중진들, 張의 희생 언급에 변화…정점식 대안으로"

국민의힘 의원 연찬회가 27일 경기 고양에서 이틀 일정으로 열렸다. 9월 정기국회 전략을 논의하고 내부 결속을 다지기 위해서다. 

 

이날 행사엔 박근혜 전 대통령이 참석했다. 박 전 대통령은 "내부 분열만큼 무서운 적(敵)은 없다"며 단합을 당부했다. 국정농단 사건으로 탄핵된 전직 대통령 발걸음에 "국민의힘이 퇴행한다"는 비판이 나왔다.

 

국민의힘은 6·3 지방선거에서 박 전 대통령 도움을 받았다. 그런데 석 달이 안 돼 또 구애의 손길을 내민 모양새다. 옛 친윤계가 주축인 영남권 의원들은 박 전 대통령과 적극 소통 중이라고 한다. 

 

▲ 박근혜 전 대통령이 27일 경기 고양시의 한 호텔에서 열린 국민의힘 의원 연찬회 장소에 도착해 장동혁 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뉴시스]

 

잊혀졌던 박 전 대통령이 정치 일선에 재등판한 건 지리멸렬한 제1야당의 현 주소를 반영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구심점 없이 계파갈등으로 갈라져 집권세력을 견제하지 못한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가장 큰 책임은 장동혁 대표와 현 지도부에 있다. 장 대표는 자기 정치를 위해 강성 당원에 기대며 민심과 동떨어진 '윤 어게인' 노선을 고수했다. 반발하는 정적을 진압하기 위해 윤리위 중징계를 남발하며 핍박해왔다.

 

비당권파는 장 대표 사퇴를 요구했고 불응하자 '패싱'으로 맞섰다. 장 대표는 권위와 리더십을 잃었다. 6·3 지방선거 직후는 퇴진의 적기였다. 그가 라이벌로 여겼던 오세훈 서울시장과 무소속 한동훈 의원이 민심의 선택을 받았기 때문이다.  

 

장 대표는 그러나 자신의 선전을 강변하며 적반하장으로 나왔다. '징계 정치'의 칼을 다시 빼들고 사퇴론을 일축했다. 당협위원장 물갈이 카드도 내밀며 사당화와 줄세우기를 꾀했다. 그러면서 취임 1년을 맞아 당 장악 의도를 노골화했다.

 

장 대표는 전날 기자회견에서 "시·도당위원장, 당협위원장 선출 등에 당원이 직접 참여하도록 해 당원 주권을 더욱 확대해나가겠다"고 공언했다. 당원 투표를 통한 당협위원장 선출 방안을 관철하겠다고 못박은 셈이다. 강성 당원 영향력을 키워 차기 전당대회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려는 포석으로 여겨진다. 장 대표는 당초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당협위원장 당원직선제를 의결할 방침이었으나 연찬회를 감안해 뒤로 미룬 것으로 알려졌다. 

 

비수도권 재선 의원은 "장 대표가 조만간 강행할 것으로 본다"며 "일차 목적은 당 장악이고 지향점은 당대표 연임"이라고 말했다. 그는 "장 대표는 사퇴 위기를 넘어 이제 보수 정치의 '상수'가 됐다"며 "차기 당권 경쟁은 물론 대권 경쟁에서도 빼놓을 수 없는 유력 주자"라고 했다.

 

조원씨앤아이가 전날 발표한 여론조사(스트레이트뉴스 의뢰로 22~24일 전국 유권자 2002명 대상 실시, 응답률 3.8%)에 따르면 차기 대선후보 적합도에서 더불어민주당 김민석 대표 15.5%, 오 시장 14.5%, 장 대표 13.9%, 한 의원 12.6%로 나타났다. 여야 잠룡이 오차범위(95% 신뢰수준에 ±2.2%포인트) 안에서 접전을 벌였다.


국민의힘 지지층에선 장 대표 30.2%, 오 시장 29.3%, 한 의원 21.3%로 집계됐다. 보수 텃밭 TK(대구·경북)에선 장 대표 16.9%, 한 의원 14.9%, 오 시장 13.1%였다.

 

한 비당권파 의원은 "장 대표를 지지하는 강성 당원은 전체의 약 25%를 차지한다"며 "현재로선 오 시장, 한 의원 등이 차기 전대에 출마할 수 없어 대리인들을 내세워야하는데, 이들이 구심점 역할을 하기엔 역부족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민의힘이 시대역행적으로 비치는데는 사분오열되고 무기력한 비당권파의 탓도 크다. 장 대표가 수준 미달에도 '건재'할 수 있는 건 사퇴 압박이 견딜만한 수준이기 때문이다.

 

한 친한계 의원은 "의원들이 입으로만 사퇴를 외쳐봤자 아무 소용 없다"며 "단체 행동이 필요한데, 총의를 모으는 게 어렵다"고 토로했다. 그는 "과거엔 당이 위기에 처했을 때 총선 불출마 선언 등 자기 희생을 통해 쇄신, 변화를 요구하는 '선당후사' 정신이 이어졌는데, 언제부터인가 끊겼다"며 "어떤 방식이든 장 대표 퇴진을 몰아세울 수 있는 액션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장 대표 1주년에도 사퇴론이 쏟아졌다. 초재선 모임인 대안과미래 간사인 이성권 의원과 조은희, 진종오 의원 등이 장 대표 퇴진을 촉구했다. 이번에도 말 뿐이었다. 

 

4선 이상 중진 19명 중 9명은 국회에서 비공개 간담회를 가졌다. 참석자들은 "이런 상태로는 당이 총선에서 승리하긴 어렵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면서도 장 대표 거취와 관련한 얘기는 없었다고 한다. 몸조심 모드가 엿보인다.

 

이재오 상임고문은 이날 CBS라디오에서 장 대표 1년 평가와 관련해 "사퇴하겠습니다, 이 말 한마디면 만사가 해결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고문은 "국민의힘의 가장 큰 쇄신안은 장 대표가 그만두는 것"이라며 "당원 주권에 제일 위배되는 사람이 장동혁"이라고 꼬집었다.

 

엠브레인퍼블릭 등 4개사가 이날 발표한 전국지표조사(NBS, 24~26일 전국 유권자 1001명 대상, 응답률 15.4%)에 따르면 장 대표에 대해 '잘못하고 있다'는 부정 평가가 63%로 압도적이었다. '잘 하고 있다'는 긍정 평가는 23%에 그쳤다. 

 

당내에선 국면 전환을 위해 계파 수장의 연대가 시급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오 시장과 한 의원은 지난 25일 미래혁신포럼 주최로 열린 한 세미나에서 만난 뒤 장 대표의 당 운영에 대해 한 목소리로 질타했다.

 

두 사람과 유승민 전 의원, 개혁신당 이준석 전 대표는 보수 재건을 주도할 수 있는 적임자로 꼽힌다. 이들은 중도층 소구력이 있는 잠룡들이기도 하다. 그런 만큼 보수 진영에선 4명이 힘을 합쳐 장 대표를 몰아내고 국민의힘을 쇄신해야한다는 기대가 적잖다. 

 

하지만 오 시장과 한 의원, 두 사람만 해도 우호적인 분위기가 아니다. 양측이 서로 어려울 때 적극 지원하지 않는데 대한 불만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두 사람은 세미나에서 악수를 나눴지만 대화는 피했다. 당의 한 관계자는 "4명 모두 보스 기질과 자존심이 강하고 남을 잘 인정하지 않는 스타일"이라며 "구원도 작용하고 있는데다 차기 대권에서도 경쟁 관계"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장 대표에 대한 중진들의 시각이 달라져 변화의 계기가 마련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장 대표가 언급한 '중진 희생론' 때문이다. 장 대표는 지난 19일 유튜브 채널에서 "중진들이 불출마 선언하면 다음 총선에서 훨씬 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전날 회견에선 '중진 희생이 필요하냐'는 질문에 "고민해야 할 내용 중의 하나"라고 답했다.

 

야권 인사는 "중진들이 '얼굴마담이나 하라고 했는데 진짜 당대표인 줄 아네. 이대로 두면 안되겠네'라며 돌아서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대안 부재론으로 고심했는데 정점식 원내대표가 '내가 하겠다'고 나섰다"며 "장 대표 쫓아낸 뒤 비대위원장을 맡아 전대를 치르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신동욱 최고위원만 사퇴를 결심하면 되는 상태"라며 "김재원 최고위원은 대세에 따르겠다는 입장이니 두 사람이 물러나면 장동혁 체제는 무너진다"고 말했다.   

 

조원씨앤아이 조사는 ARS 방식으로 진행됐다. NBS는 전화면접으로 이뤄졌고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KPI뉴스 / 허범구 기자 hbk1004@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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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범구 / 정치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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