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순열의 직썰] '닥치고 공급'만으론 집값 못 잡는다

류순열 기자 / 2026-08-07 15:12:03
세금으로 투기 눌러도 무주택자 내 집 마련엔 한계
재건축 개발이익 토지로 환수해 '반값아파트' 공급해야
목 좋은 곳에 양질의 저렴한 집 짓는 게 근본 해법

"집은 '사는 것'이 아니라 '사는 곳'"(구윤철 경제부총리)이라고 했다. 이재명 정부의 2026 세제개편안은 이 개념을 비교적 분명하게 담았다. 이번 세제 개편으로 비거주, 다주택자, 초고가 주택 보유세 부담은 더 무거워질 전망이다. 주택을 거주수단이 아닌 투자상품으로 사들이는 수요는 어느 정도 억제될 것이다.

 

보유세 강화를 두고 "민생 지옥도"(장동혁)니, "국가폭력"(오세훈)이니 하는 비판은 집부자 지지층을 겨냥한 정치선동에 불과하다. 보유세 강화라고 해봐야 실효세율은 미국 등 선진국에 비하면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무엇보다 그들의 비판엔 '미친 집값'에 절망하는 무주택서민과 청년세대의 고통은 담겨 있지 않다.

 

그렇다고 세금이 근본 해법일 수는 없다. 세금으로 투기 수요를 누른다고 '미친 집값'이 잡히진 않는다. 세제는 수요를 조절하는 장치이지, 무주택자의 구매력을 높이거나 살 집을 만들어내는 정책은 아니다.

 

궁극의 해법은 공급이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이 "닥치고 지어야 한다"고, 이재명 대통령도 "비상한 해법으로 공급 물량을 확보하라"고 지시한 이유다. 다 맞는 말이긴 한데, '닥치고 공급'만 하면 되는 걸까. 먼저 물어야 할 게 있다. 누구를 위해, 어디에, 얼마짜리 집을 지을 것인가.

 

재건축 규제를 풀어 20억~30억 원짜리 아파트를 대량 공급하면 무주택 서민의 주거 문제가 해결될까. 국가데이터처의 최근 주택소유통계(2025년 11월 발표)를 보면 서울 416만 가구 가운데 주택을 가진 가구는 199만9000가구, 48.1%에 불과하다. 216만 가구, 51.9%가 무주택 신세다. 미래세대는 더 참담하다. 30대 가구주 주택 소유율은 전국 36.0%, 서울만 놓고 보면 25.8%에 불과하다.

 

이들에게 수십억 원짜리 아파트를 공급한들 '그림의 떡'일 뿐이다. 수십 년치 월급을 모아도 감당 불가다. 집값 안정은커녕 주변 시세를 자극하고, 청년들에게 더 깊은 절망감만 안겨줄 것이다. 집값을 잡기 위한 공급의 핵심 조건은 분명하다. '목 좋은 곳에, 양질의, 감당 가능한 저렴한 주택'을 대량으로 공급하는 것이다.

 

서울에 그럴 땅이 어딨냐고? 이 대목에서 목청 높여 열변을 토하는 이가 있다. 인생 걸고 근 20년 부동산개혁 시민운동을 벌였고, 실제 '반값 아파트' 공급정책을 실행했으며, 그 효과를 확신하는 김헌동 전 SH공사 사장이다.

 

김 전 사장의 진단은 명쾌하다. 해법은 도심 재건축·재개발 단지의 개발이익 환수에 있다. 용적률을 완화해 주는 대신 발생하는 개발이익의 일정 비율을 '땅(토지)'으로 공공이 환수하는 것이다. 그렇게 확보한 땅에 토지임대부 주택을 지으면 강남과 도심에도 양질의 '반값 아파트'를 공급할 수 있다는 얘기다. 토지임대부 주택은 토지는 공공이 갖고, 수분양자는 건물 소유권만 갖는 구조다. 무주택 서민과 청년들이 과도한 대출 부담 없이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룰 수 있는 실질적인 주거 사다리가 마련되는 셈이다.

 

막연한 이론이 아니다. 이미 역사적으로 효과를 경험한 정책이다. 이명박 정부 당시 서울 자곡동, 우면동 등 강남 일대에 30평대 아파트를 3억 원대에 공급해 효과를 봤다. 당시 15억 원까지 갔던 30평 은마아파트가 7억 원대로 떨어졌다. 글로벌 금융위기 영향도 적잖았지만 강남 한복판에 주변 시세의 절반 이하인 공공주택이 지속적으로 공급될 것이라는 신호가 시장의 기대가격을 낮춘 효과는 분명하다. 김 전 사장은 "효과를 경험한 정책을 놔두고 왜 '미친 집값' 앞에 수수방관하는가. 칠순 넘은 나이에 다시 시민운동에 뛰어들어야 하는가"라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이 대통령은 최근 토지임대부 주택의 전매 이후 가격 상승과 재건축 문제 등을 들어 제도적 한계를 지적한 바 있다. 일리 있는 우려다. 그러나 이는 토지임대료와 환매 조건, 재건축 방식을 정교하게 설계해 보완할 문제이지 정책 자체를 외면할 이유는 아니다.

 

이재명 정부는 세제 개편으로 집을 사재기하는 이들에게 경고를 보냈다. 이제 집이 필요한 사람에게 희망을 보낼 차례다. 재건축 허가 건수나 착공 물량만 늘리는 공급으로는 미친 집값을 해결할 수 없다. 목 좋은 곳에, 양질의, 값싼 주택을 얼마나 공급했는지를 주택정책의 성적표로 삼아야 한다.

 

"닥치고 공급"만 외쳐서는 요원한 일이다. 무엇을, 누구에게, 얼마에 공급할 것인지가 빠진 공급 정책은 상대적 박탈감과 '이생망'의 절망만 키울 뿐이다. 집값을 잡는 근본 해법은 집을 더 짓는 데 있지 않다. 평범한 시민이 살 수 있는 집을 더 짓는 데 있다. 

 


 

▲ 류순열 편집인

 

KPI뉴스 / 류순열 기자 ryoosy@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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