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가치와 자유민주주의 헌정질서를 부정한 자기모순
"설마~"가 현실이 됐다. 대구의 선택은 결국 추경호였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유권자의 선택은 존중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그 선택이 옳았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그 선택의 역사적 무게와 가치적 모순까지 비판으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다.
이번 대구의 선택은 대한민국 보수의 뿌리를 흔드는 깊은 우려와 질문을 남겼다. 대구시장 당선자 추경호가 누구인가. 12·3내란으로 재판받는 중대범죄(내란 중요임무종사) 피고인이다. 과연 헌정질서 파괴에 부역한 혐의로 재판받는 인물을 공직 수장으로 앉히는 것이 대구가 그토록 자랑해 온 '보수 가치'에 부합하는가?
추경호는 지금 그저그런 정치적 논란에 휘말려 있는 것이 아니다. 그는 헌법을 수호해야 할 공직자였음에도 불구하고, 자유민주주의 헌정질서 파괴행위에 동참한 혐의로 재판받는 처지다. 그렇게 대한민국 체제의 근간을 흔든 중대범죄 혐의자를 지역 최고 공직자로 선출한 것이 정상일 수는 없다.
현대 보수주의의 아버지라 불리는 에드먼드 버크(18세기 영국 철학자)는 국가의 제도적 안정성과 법치주의, 그리고 전통적인 헌정질서의 존중을 보수의 가장 핵심적인 가치로 꼽았다. 대한민국의 정통보수 역시 국가 안보와 자유민주주의 헌법 가치를 수호하는 것을 숭고한 정체성으로 삼아왔다.
그러나 이번 대구의 선택은 정반대다. '보수의 심장'이라면서 보수가치를 짓밟은 내란을 용인하는 자기모순을 드러낸 일대 사건이다. 이로써 대구는 '둥근 네모' 같은 모순의 도시가 되어버렸다. 법치와 헌정을 무너뜨린 의혹을 받는 인물을 감싸안으면서 어떻게 '보수의 가치'를 입에 올릴 수 있단 말인가.
이번 선거를 통해 대구는 스스로 '보수의 심장' 자격을 걷어 차버렸다. 가치를 잃어버린 보수는 그저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이익집단에 불과하다. '우리 진영 후보'라는 이유만으로 표를 던진 것은, 대구가 합리적 이성을 잃고 맹목적인 정치적 부족주의에 함몰되었음을 자인한 꼴이다. 내란 혐의자마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포용하는 '극우의 심장'으로의 퇴행일 뿐이다.
사법적 판단은 아직이라고? 그래서 무죄추정이라고? 12·3내란의 밤에 추경호가 무슨 짓을 했는지는 천하가 안다. 당시 국힘 원내대표 추경호는 국회의사당 자기방에 앉아 의원들에게 "국회로 와라", "당사로 모여라" 오락가락 지시했다. 계엄 해제 표결을 막으려 한 행위라는 건 의심의 여지 없다. 누구보다 추경호 자신이 가장 잘 알 것이다. 불법계엄을 해제하려 국회의장(우원식)과 야당 의원들은 국회 담장을 넘어 집결하고, 여당 대표(한동훈)도 "국회로 모여달라"고 하는, 촌각을 다투는 상황이었다.
'보수의 심장' 자격 상실에 이어 대구의 선택은 또 다른 대가를 치를 것이다. 향후 유죄가 확정된다면 대구 시정은 극심한 마비와 혼란에 빠질 테고, 그로 인한 시정 공백과 보궐선거 비용 등 막대한 사회적 비용은 고스란히 대구 시민들 몫으로 돌아가게 된다.
헌정질서 파괴 혐의자를 리더로 뽑은 대구는 이제 승리의 도취에서 깨어나 스스로 가장 뼈아픈 질문을 던져야 한다. 우리가 지킨 것은 과연 보수의 정신인가, 아니면 진영의 울타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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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류순열 편집인 |
KPI뉴스 / 류순열 기자 ryoosy@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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