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진흥재단 이사장 공모도 시작부터 '내정설'
공개모집, 내정 세탁하는 장치로 전락하는가
인사(人事)가 만사(萬事)라고 했다. 알맞은 인재를 알맞은 자리에 써야 모든 일이 잘 풀린다는 말이다. 너무 당연해 진부한 수사가 된 지 오래인데, 생명력이 질기다. 정권이 흔들릴 때마다 어김없이 소환된다. 인사가 만사는커녕 '망사'가 되고 있다는 방증이다.
이재명 정부도 예외가 아니다. 잇단 인사 논란이 국민 신뢰를 갉아먹고 있다.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부적절한 청탁(코로나19 치료제 임상시험 승인) 의혹과 용혜인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의 '양손에 떡 쥐기'(장관·의원 겸직) 논란이 국정 지지율을 끌어내리는 중이다.
법적으로 문제없다고 해소될 문제가 아니다. 법은 최소한의 도덕일 뿐이다. 국민이 공직자에게 요구하는 신뢰의 기준은 그보다 훨씬 높다. 용혜인 후보자의 장관·의원 겸직은 법률상 가능하다. 그러나 비례대표 의원이 입각하면서 의원직까지 유지하는 것은 합법 여부를 넘어 공직자의 절제와 책임에 관한 문제다. 장관직과 의원직을 동시에 쥐겠다는 모습이 국민에게 '헌신'보다 '기득권 지키기'로 비친다면 이미 인사는 실패한 것이다.
김승원 후보자의 청탁 의혹은 무혐의로 결론 난 사건도 아니다. 검찰은 김 후보자가 후원금 500만 원을 받기로 한 약속이 있었다고 판단하면서도, 청탁의 위법성을 단정하기 어렵고 실제 금품이 오가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해 기소유예 처분했을 뿐이다. 재판에 넘겨지지 않았다는 것만으로 공직 후보자의 도덕적·정치적 책임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장관 인사만이 아니다. 국민의 시선이 상대적으로 덜 미치는 공공기관장 인사에서도 잡음이 일고 있다. 이사장 공개모집 절차가 진행 중인 한국언론진흥재단이 그 중 하나다. 형식상 누구에게나 문이 열린 공개경쟁인데, 언론계 안팎에선 시작부터 특정 인사의 내정설이 꼬리를 물고 있다.
시작은 언론인 출신으로 공직을 거친 L씨였다. 일찌감치 'L씨 내정설'이 돌았고, 공정성 논란이 불거지면서 L씨는 지원을 포기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특정 언론사 출신 K씨가 사실상 낙점됐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진실이 무엇인지 알 수 없지만 지원자들 사이에서조차 "공모를 가장한 내정 아니냐"는 의구심이 퍼진다면 그것만으로도 인사에 대한 신뢰는 이미 훼손된 것이다. 사람을 미리 정해 놓고 서류 심사와 면접으로 요식행위만 갖춘다면 공개모집은 경쟁을 위한 제도가 아니라 내정을 세탁하는 장치로 전락한다.
언론진흥재단은 언론의 독립성과 공공성을 지원하는 기관이다. 정부 광고와 각종 언론 지원 사업도 다룬다. 이런 기관의 수장이 권력과의 친소 관계로 내정됐다는 의심을 받는다면 재단의 독립성과 공공성 또한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 누가 이사장이 되느냐 못지않게 어떤 절차로 뽑혔느냐가 중요한 이유다.
인사 실패는 부적격자를 한 자리에 앉히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공직사회에는 권력에 줄을 서야 살아남는다는 신호를 보내고, 능력 있는 사람에게는 지원해 봐야 들러리라는 좌절을 안긴다. 결국 정부가 필요로 하는 인재들은 공모를 외면하고 권력 주변의 사람들만 자리를 나눠 갖게 된다.
인사는 권력의 전리품을 나누는 일이 아니다. 국민이 맡긴 자리를 가장 적합한 사람에게 맡기는 공적 절차다. 이재명 대통령이 그 원칙을 바로 세우지 못한다면 인사는 만사가 아니라 '망사'가 되어 정권의 발목을 잡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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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류순열 편집인 |
KPI뉴스 / 류순열 기자 ryoosy@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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