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 악재 보도 땐 거래정지…그 밖의 중요정보는 공백
"거래정지는 사후 안전판…'확인 중' 등 중간 안내 필요"
14일부터 한국거래소(KRX) 애프터마켓(오후4~8시)이 운영된다. 거래소는 애프터마켓의 중대 악재 종목을 거래정지시키는 안전장치를 마련했다. 그러나 오후 6시 이후 상장사의 중요정보를 공식적으로 확인할 방법은 없다. 거래를 멈추는 사후 조치만으로는 애프터마켓의 '2시간 공시 공백'을 메우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거래소가 문을 여는 애프터마켓은 기존 시간외단일가 시장을 폐지하고 실시간 체결 방식의 애프터마켓을 도입하는 것이다. 대체거래소 넥스트레이드(NXT)의 애프터마켓과 함께 운영돼 시장 활성화와 투자자 선택권 확대가 기대된다.
문제는 주식 거래는 오후 8시까지 이어지는데 KRX의 공시 운영시간은 기존과 마찬가지로 오후 6시에 종료된다는 점이다. 오후 6시 이후에는 투자자가 거래소 공시를 통해 상장사의 중요정보를 공식적으로 확인하기 어려운 시간이 매일 2시간 생기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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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RX와 NXT의 애프터마켓 비교 [챗지피티] |
KRX 관계자는 "이번 애프터마켓 신설은 매매거래 시간을 연장하는 제도이지 야간 공시 운영을 새로 도입하는 것은 아니다"며 "공시 운영시간을 오후 8시까지 연장할 계획은 현재 없다"고 밝혔다.
개인투자자 김인탁(39·가명) 씨는 "밤 8시까지 거래할 수 있는데 공시는 오후 6시에 끝난다면 이후 나오는 보도나 소문의 진위를 확인하기 어렵다"며 "투자자는 사실상 '깜깜이' 상태에서 매매 판단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KRX는 이 같은 위험을 줄이기 위해 애프터마켓 거래정지 기준을 마련했다. 부도 발생이나 감사의견 미달, 임직원의 횡령·배임, 회계처리 기준 위반에 따른 고발·기소 등 중대한 사실이 오후 6시 이
후 보도나 풍문을 통해 알려지면 해당 종목의 거래를 정지할 수 있도록 했다.
공식적인 사실 확인이 이뤄지기 전까지 거래가 계속돼 투자자 피해가 커지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다. KRX에서 거래가 정지되면 같은 종목을 거래하는 NXT에도 거래정지 조치가 함께 적용될 예정이다.
그러나 거래정지 대상이 되지 않는 중요정보까지 공백이 해소되는 것은 아니다. 대규모 수주·계약, 인수합병, 임상시험 결과, 유상증자와 전환사채 발행, 자사주 취득·처분 등도 주가와 투자 판단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런 정보가 오후 6시 이후 발생하거나 언론보도를 통해 먼저 알려지더라도 거래정지 사유에 해당하지 않으면 공식적인 사실 확인 없이 거래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거래정지는 중대 악재에 대응하는 안전판일 뿐, 투자자에게 확인된 정보를 제공하는 공시를 대신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로 야간에 가격 민감 정보가 언론보도를 통해 먼저 알려지면서 애프터마켓 주가가 출렁인 사례가 있다. 2025년 4월 28일 저녁 KDB산업은행이 보유한 한화오션 주식 1300만 주를 시간외 대량매매(블록딜) 방식으로 처분한다는 보도가 나왔다. 매각 희망가격이 당일 정규장 종가보다 낮은 것으로 전해지면서 한화오션 주가는 NXT 애프터마켓에서 한때 정규장 종가보다 약 4% 하락했다. 산은은 다음 날 실제로 한화오션 주식 1300만 주를 주당 8만1650원에 매각했다. 전날 종가보다 8.57% 할인된 가격이었다.
당시 한화오션을 보유했던 김 씨는 "공식적으로 확인된 내용인지 매각 가능성을 거론한 보도인지 판단하기 어려웠다"며 "결국 기사와 종목 게시판에 올라온 정보만 보고 매매 여부를 결정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여밀림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중대 악재 발생 시 거래를 정지하는 것은 의미 있는 보완책이지만 문제가 생긴 뒤 작동하는 안전판"이라며 "주가 움직임을 멈출 수는 있어도 확인된 사실을 제공하는 공시를 대신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거래를 멈출 것인지뿐 아니라 거래가 이뤄지는 동안 투자자가 어떤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거래정지와 관련된 정보가 투자자에게 얼마나 신속하고 일관되게 전달되는지도 과제다. 한아름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원은 "거래정지 여부와 사유, 사실 확인 상황이 투자자가 사용하는 모든 증권사 주식거래 앱에 같은 시점에 표시돼야 한다"며 "KRX와 NXT의 거래 내역을 함께 살피는 감시 체계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거래정지 대상을 무조건 확대하는 것보다 투자자에게 정보 확인 과정을 단계적으로 알려주는 방안이 현실적이라고 제안한다. 여 연구원은 "거래정지 대상을 넓히기보다는 소식의 진위와 주가 영향을 따져 '사실관계 확인 중'이나 투자주의 알림 같은 중간 단계의 안내 수단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중대 악재가 발생한 종목의 거래를 멈추는 것과 함께 거래가 계속되는 종목에 대해서도 정보의 진위와 확인 상황을 알려야 한다는 취지다. 거래시간 연장에 맞춰 투자자가 공식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체계도 함께 보완돼야 한다는 얘기다.
KPI뉴스 / 이수민 기자 smlee682@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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