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공시위반 발표하고 명단은 '나중에'…투자자는 '깜깜'

이수민 기자 / 2026-09-04 16:43:44
감사 전 재무제표 안 낸 상장사 33곳 중 29곳, '미제출 사유' 공시도 누락
금감원 당일 발표서 회사명 쏙 빠져… 당국 "다음 주에나 공개 가능"
"공시는 회사가 어겼는데 위험은 투자자가 안아"…실시간 보완 통로 시급

"전자공시시스템(DART)을 아무리 뒤져봐도 안 나오더라고요. 당장 오늘 주식을 사고파는 투자자 입장에선 너무 답답하죠."

 

개인투자자 이종섭(38·가명) 씨는 지난 3일 금융감독원 발표를 보고 깜짝 놀랐다. 2024회계연도 결산 결과, 감사 전 재무제표를 제때 내지 않은 상장사가 33개나 된다는 거였다. 특히 이중 29개사(87.9%)는 지연 사유조차 제출하지 않았다고 했다. 재무제표 법정 제출 기한을 어기면 다음 날까지 그 사유를 금융위 증권선물위원회에 제출해야 하는 의무를 지키지 않은 것이다

 

혹시나 내가 가진 주식은 아닐까. 이 씨는 DART를 뒤졌지만, 정작 어느 회사인지 확인할 수 없었다금감원이 이들 회사명을 공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투자자들은 금융위원회의 후속 공시가 나올 때까지 해당 종목을 확인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 씨의 불안감이 말해주듯 공시 의무를 제대로 지키지 않은 것은 회사인데, 그로 인한 위험과 불확실성은 개인투자자의 몫이 되는 현실이다. 

 

▲ 자료=금융감독원

  

일부 기업의 공시 누락이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미제출 사유조차 알리지 않은 상장사는 2021회계연도 36, 2022회계연도 24, 2023회계연도 14개에 이어 2024년회계연도 29개사로 크게 늘었다.

 

상장사가 감사 전 재무제표를 제때 내지 않거나 일부만 내는 행위는 회사의 내부통제 시스템에 경고등이 켜졌음을 의미한다. 그러나 투자자들은 금융당국이 명단을 따로 정리해 공개해주기 전까지는 위험 종목을 가려낼 방법이 없다.

 

금감원은 미제출 사유를 공시하지 않은 29개 상장사 정보를 금융위원회로 넘겼다고 밝혔지만 실제 명단이 주식시장에 공개되기까지는 수일의 시차가 발생한다. 금감원 관계자는 4일 "금융위 공시 절차상 명단 공개는 늦어도 다음 주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당국의 공식 발표와 실제 투자자가 확인할 수 있는 시점 사이에 거대한 '정보 사각지대'가 발생하는 셈이다.

 

전문가와 투자자들은 당국의 발표 방식과 보완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회사가 법정 의무를 저버렸다면, 당국이 발표하는 즉시 투자자가 이를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개인투자자 이현영(45·가명) 씨는 "단순히 며칠 뒤 명단을 공개하는 것보다 어느 시점에 알 수 있느냐가 훨씬 중요하다""회사명과 함께 지연 일수, 일부·전부 미제출 여부, 미제출 사유까지 함께 알려줘야 단순 행정 착오인지 진짜 재무 부실인지를 구분해 투자 판단을 내릴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 역시 정보 전달의 '타이밍''구체성'을 강조한다. 전규안 숭실대 회계학과 교수는 "제출 위반이 곧바로 분식회계나 재무제표 오류를 뜻하는 것은 아니다"면서도 "다만 회사의 결산 역량과 내부통제 수준을 보여주는 중요한 지표인 만큼, 투자자에게 닿는 시점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짚었다.

 

이하윤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주식시장은 매일 실시간으로 거래되는데, 며칠 뒤 명단이 나온다면 그 사이 투자자는 위험을 모른 채 매매를 해야 한다""점검 결과 발표 시 회계연도별 위반 이력을 한곳에서 조회할 수 있는 공시 링크를 제공하는 등 보완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KPI뉴스 / 이수민 기자 smlee682@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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