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외이사 7명 전원 회추위 참여…4명은 양종희 체제서 임명
"이사회 사무국장이 핵심고리"…금융지주 연임 카르텔 도마에
국내 금융그룹에서 '왕좌'(회장)에 오르고 이를 지키는 공식은 명확하다. 밖으로는 정권에 줄을 대고, 안으로는 거수기 사외이사를 확보하는 것이다. 이 부패한 연임 방정식은 특정 금융그룹에 국한하지 않는다. 과거에도 있었고, 요즘은 KB금융지주 차기 회장 선임 과정에서 재연되는 '판에 박힌 시나리오'다.
회장 선출 절차가 진행중인 KB금융은 양종희 회장 연임 시나리오가 착착 진행중이다. 양 회장을 필적할 경쟁자들은 진작 '제거'됐다. KB금융 부회장을 지낸 허인, 이동철, KB증권 대표 겸 KB금융 총괄부문장을 지낸 박정림 등 강력한 경쟁자들은 '롱리스트'(20명)에서부터 배제된 것으로 확인됐다. '거물급 라이벌'들이 시작부터 단 한 명도 이름을 올리지 못하고 통째로 증발한 것이다.
KB금융 관계자는 "다 출중한 분들인데, 롱리스트에서부터 배제됐다. 아니 롱리스트를 만들기 전 리스트에도 없어. 아예 처음부터 뺀 거"라며 "이게 이 번 회추위 절차의 최대 문제점"이라고 KPI뉴스에 폭로했다. 차기 회장 선임절차가 공정한 경쟁의 장이 아닌, 양 회장의 연임을 돕기 위한 '기획된 시나리오'대로 흘러가고 있다는 내부 폭로다. 그는 회장 후보를 뽑는 회추위(회장후보추천위원회)는 공정한 지배구조의 탈을 썼을 뿐 실상은 '거수기'라고 주장했다.
회추위엔 사외이사 7명 전원 참여하는데 상당수가 양 회장을 위한 '거수기' 역할을 한다는 얘기다. KB금융 이사회는 상임이사 1명(양 회장), 비상임이사 1명(이환주 KB국민은행장)에 사외이사 7명으로 구성되는 9인 체제다. 회추위 멤버이기도 한 사외이사 7명 중 4명이 양 회장 체제에서 임명됐다.
원칙주의 성향으로 평가받는 사외이사 A는 KPI뉴스와의 통화에서 "유력 경쟁자군이 왜 롱리스트에서부터 배제된 것이냐"는 물음에 "사외이사들은 어느 누구 편에 있지 않고 객관적 입장에서 프로세스를 진행중이라는 말씀만 드리겠다"고 답했다. 그러면서도 '유력 경쟁자 롱리스트 배제'에 대해 시인하진 않았지만 부인하지도 않았다.
회장 선출 절차는 롱리스트(20명) → 6월초 선임절차 개시와 함께 12명 압축 → 7월3일 1차 숏리스트(6명) → 8월말 2차 숏리스트(3명) → 양 회장 임기종료 두달전인 9월11일 회장 후보 확정 순으로 진행되는데, 출발(롱리스트)부터 양 회장 연임구도였다는 게 KB금융 안팎의 중론이다.
KB금융 측은 롱리스트에 대해 "서치펌이 알아서 추천하는 것이기 때문에 우리는 모른다. 회추위에서 의도적으로 누굴 빼라 마라 할 수 있는 게 아니"라고 강변한다. 롱리스트는 내부 후보 10명, 외부 후보 10명으로 구성되는데 외부 후보의 경우 5개 서치펌(헤드헌팅 회사)이 2명씩 추천하는 시스템이라는 얘기다. 애초 배제된 유력 후보군은 모두 이미 KB를 떠나 외부 후보에 해당한다.
이 대목에서 이사회 사무국장 역할에 시선이 꽂힌다. KB금융 관계자는 "사무국장이 결정적 역할을 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서치펌 대표를 만나 '외부 후보는 KB 출신 아닌 인사들로 추천해달라'고 했을 것"이라는 얘기다. 그는 "지난번 자기(양 회장)와 치열하게 경쟁했던 인사 5명 가운데 어떻게 단 한 명도 롱리스트에 들어가지 않을 수가 있느냐"며 "이 건 '내가 연임할 거야. 그렇게 알아'라고 선언한 것과 같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이사회 사무국장은 부패한 이너서클의 핵심고리"라고 지목했다. "회장의 직속 명령을 받아 사외이사들의 성향을 관리하고, 거수기로 길들여 회장 연임을 완성하는 '실행 부대'이며 그 대가로 고위 임원으로 승승장구한다"는 얘기다.
금융정의연대 관계자는 "본업인 금융 혁신이나 리스크 관리는 팽개친 채, 사내외 정치를 통한 이너서클 구축과 로비에만 혈안이 된 금융지주 회장의 카르텔을 원천 차단해야 한다"며, "이사회 사무국장을 외부 공모 및 단임제로 변경하는 등 지배구조의 근본적인 수술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KPI뉴스 / 류순열 기자 ryoosy@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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