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 '사용자' 책임 부과, 노사 교섭 의무 발생
산업 현장 '파업 리스크' 우려…분양가 오를 요인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 시행 이후 건설업계에 '원청 책임론' 바람이 거세다. 건설 노동자에 대한 사용자의 범위를 기존 하청업체에서 원청사인 대형 건설사로 넓히기 위한 움직임이 빨라지는 모양새다.
노란봉투법은 파업 노동자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고, 하청 노동자도 원청사를 상대로 단체교섭을 요구할 수 있도록 '사용자' 범위를 확대한 것이 핵심이다. 10대 건설사들의 '사용자성'이 줄줄이 인정됨에 따라, 건설사들은 원청사로서 하청 노조와의 교섭이 의무화되는 등 사법적 책임이 대폭 확대될 전망이다.
건설현장의 고질적 문제인 다단계 하도급 구조를 개선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오는 반면, 하청 노조의 합법적인 쟁의행위(파업)가 가능해지면서 원청 책임을 둘러싼 극심한 현장 갈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공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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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산에서 내려다본 서울 아파트숲. [이상훈 선임기자] |
21일 전국건설노동조합과 업계에 따르면 서울지방노동위원회(서울 지노위)는 현대건설, 롯데건설, IPARK현대산업개발에 대한 '사용자성' 여부를 이날 오후 늦게 발표할 예정이다.
사용자성을 인정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대상 건설사 실무자는 "정부와 노동위의 전반적인 흐름상 앞서 판단을 받은 다른 건설사들과 결과가 같을(사용자성 인정) 것으로 예상된다"면서도 "아직 최종 결정이 나기 전이라 상황을 지켜보는 단계"라고 말했다.
앞서 10대 건설사 중 포스코이앤씨와 SK에코플랜트, 현대엔지니어링, 삼성물산, GS건설 등은 이미 각 지노위로부터 하청 노조에 대한 '사용자성'을 인정받은 상태다.
'원청 사용자성'이 인정된 대형 건설사들은 법적으로 단순한 도급 계약자가 아니라 하청 노동자들의 '진짜 고용주'와 다름없는 법적 의무와 책임을 지게 된다.
하청 노조가 임금 인상, 근로조건 개선, 고용 안정 등을 요구하며 교섭을 신청해 오면 원청 건설사는 반드시 교섭 테이블에 임해야 하는 의무가 생긴다. 교섭에 성실하게 응하지 않으면 '부당노동행위'가 적용돼 원청 경영진이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 교섭 결과 노사 간의 합의가 이루어지면 원청 건설사는 하청 노조와 직접 '단체협약'을 체결해야 한다.
노동계 안팎에서는 원청사의 안전관리 강화로 중대재해 발생률이 획기적으로 낮아질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노후 장비 교체, 안전요원 추가 배치 등에 원청사의 자본이 직접 투입돼 실질적인 사고 예방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는 전망이다. 무분별한 외주화가 가로막히면서 임금 체불, 중간 착취 등의 구조적 문제도 줄어들 수 있다. 원청사가 직접 노사 협상 주체로 나서면서 임금 직불제가 정착되면 기성금 관리가 한층 투명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전국건설노동조합 김준태 교육선전국장은 "건설 시장에선 10대 건설사의 영향력이 절대적이기 때문에 대형 건설사들을 위주로 먼저 사용자성 인정 절차를 밟고 있는 것"이라며 "추후 원만한 노사 교섭 기틀을 다진 뒤 중견·중소 업체들로 외연을 확장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당장 무리한 임금 인상을 요구하려는 것이 아니라, 원청사와 하청 근로자 간의 원활한 소통을 위한 공식적인 교섭 테이블을 마련하고자 하는 게 1차적 목표"라고 설명했다.
반면 산업 현장에서는 '파업 리스크'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기존에는 하청노조가 파업을 하더라도 원청 현장 전체를 멈추는 데 법적 제약이 따랐으나, 이제는 원청을 상대로 합법적인 파업 등 쟁의행위를 전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현장의 하청 교섭이 결렬되면 공구 전체, 현장 전체가 마비되는 사태가 속출할 수 있다. 이로 인해 공기가 지연되고 공사비용이 늘어난다면 결국 분양가 상승으로 이어져 소비자에게 부담이 전가될 수 있다는 점도 부정적인 영향으로 언급된다. 이런 흐름이 향후 중견·중소 건설사를 포함한 건설 현장 전반으로 확대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대부분의 대형 건설사들은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한 대형 건설사 실무관리자는 "구체적인 실무 지침이나 가이드라인이 명확하지 않아 당장 현장에서 발생할 혼선과 부작용도 꽤 있을 것"이라며 "아직 모든 의무가 확정된 것은 아니라 흐름을 지켜보는 중"이라고 말했다.
최근 노동위가 연이어 발표한 '사용자성 인정' 판정만으로 건설사들을 온전한 고용주로 규정하기는 성급하다는 전문가 제언도 나온다. 지노위 결정 이후 중앙노동위원회 재심과 행정소송 등 법적 공방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노동위 판정만으로 향후 노조법 개정이 건설업계에 미치는 영향을 곧바로 속단하기는 어렵다"며 "개별 사안들의 구체적인 판정 사유를 면밀히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 중대재해처벌법 도입 당시처럼 제도가 실무적으로 현장에 적용되려면 법원 판례가 충분히 누적돼야 할 것"이라고 짚었다.
KPI뉴스 / 설석용 기자 ssyasd@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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