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시행되면 원화 약세 불가피…"투자로 낮추면 부담은 완화"
미국의 반도체 완제품 관세 확대 검토 소식에 업계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메모리 자체보다 완제품에 관세를 매기는 쪽이 훨씬 강력한 대미 투자 압박 카드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이 독점하다시피 한 메모리 반도체와 달리 완제품은 대체 생산국이 있어, 관세로 실질적 타격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교수는 28일 KPI뉴스와의 통화에서 "메모리는 한국이 주도하고 있어 부품에만 관세를 매기면 대체 공급처가 없는 미국 빅테크 기업이 원가 상승을 고스란히 떠안게 되지만 완제품은 여러 나라가 만들 수 있어 한국산 대신 다른 나라 제품으로 수요가 옮겨갈 수 있어 압박 효과가 더 크다"고 말했다.
부품 관세는 결국 관세를 매기는 미국 자신에게 비용을 전가하는 구조인 반면, 완제품 관세는 한국에 실질적 타격을 줄 수 있어 훨씬 정교하게 설계된 압박 수단이라는 해석이다.
이어 이 교수는 "미국은 반도체 생산라인이 절대적으로 부족한데 기업은 수익이 나지 않으면 움직이지 않는다"며 "이번 완제품 관세는 한국·대만 기업의 대미 투자를 앞당기기 위한 압박 카드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미국이 자국 내 생산 투자를 요청해도 기업 입장에서는 수익성이 담보되지 않으면 움직일 이유가 없는 만큼, 관세라는 강제 수단을 동원해 투자 결정을 앞당기려는 계산이 깔려 있다는 해석이다.
관세 시행 여부는 원·달러 환율에도 영향을 줄 전망이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관세가 시행되면 반도체 수출이 타격을 받고 무역수지와 경기가 흔들려 원화 약세 압력이 불가피하다"면서도 "관세 인하를 조건으로 대미 투자가 확대되는 방향으로 협상이 정리되면 오히려 원화 약세 부담이 완화되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관세를 그대로 맞느냐, 투자를 대가로 관세를 낮추느냐에 따라 환율 셈법도 달라질 수 있다는 의미다.
지난 27일 블룸버그, 로이터 등 외신들은 트럼프 행정부가 반도체 관세 부과 대상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소식을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반도체 자체뿐만 아니라, 노트북·게임콘솔·데이터센터 서버 등 반도체가 탑재된 완제품까지 포함할 수 있다는 논의가 진행 중이다.
러트닉 상무장관은 지난 1월 마이크론 뉴욕 공장 착공식에서 "메모리 반도체를 미국에서 생산하지 않을 경우 100% 관세를 부담하거나 미국에서 생산해야 한다"는 취지로 발언한 바 있다.
국내 기업들의 미국 투자도 이어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텍사스주 테일러에 약 370억 달러(약 51조 원) 규모 파운드리 공장을 짓고 있으며, SK하이닉스는 27일 인디애나주에서 38억7000만 달러 (약 5조3200억 원)규모 고대역폭메모리(HBM) 첨단 패키징 시설 착공식을 열었다.
KPI뉴스 / 배지수 기자 didyou@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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