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가 쌓아온 맥락…그런 조직문화, 누가 만들었나
스타벅스코리아의 '5·18 탱크데이' 사건은 생각할수록 기괴하다. 마케팅에서 날짜는 중요한 변수다. 광주민주화항쟁 기념일에 '탱크'와 '책상에 탁'이 어떻게 읽힐지 모를 수 있을까. 대기업 이벤트 기획자가 몰랐다는 게 납득하기 어렵다. 몰랐다면 지적 능력의 결함이고, 알고도 그랬다면 인간성의 결함이다. 어느 쪽이든 통념을 아득히 벗어났다.
대통령이 질타할 정도로 논란이 커지자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바로 움직였다. 사고 당일 손정현 스타벅스코리아 대표를 해임했다. 이벤트를 기획한 담당 임원도 함께 해임됐다. 그룹은 정 회장이 "격노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튿날에는 직접 대국민 사과문을 냈다. "모든 책임이 저에게 있음을 통감한다"고 했다. 얼핏 단호하고 신속한 수습으로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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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 여의도 스타벅스 매장. [KPI뉴스 자료사진] |
그런데 정 회장에게 '격노'할 자격이 있는지, 그의 사과는 무엇에 대한 것인지 따져봐야 한다.
정 회장은 이런 논란에서 그리 자유롭지 않다. 그는 대통령선거가 치러진 2022년 초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끝까지 살아남을 테다. 멸공!!!"이라는 글을 올렸다. 이전부터 소셜미디어에 '나는 공산당이 싫어요' 해시태그로 구설수에 올랐던 상황이었다. 비교적 최근인 작년까지도 그는 자신의 인스타그램 소개란에 '멸공'을 넣었다가 논란이 일자 삭제한 일이 있다.
어쩌다 한 번 튀어나온 게 아니다. 행보가 일관적이다. 기업 총수의 사적 취향이라고 넘기기에는 너무 반복적이고 집요하다. 오죽하면 재계에서도 "대기업 총수는 자신의 한마디가 그룹 전체에 미칠 파장을 고려해 말을 최대한 아끼는 게 일반적"이라는 지적이 있었다.
맥락이 쌓인 회사에서 5·18 당일 탱크데이 이벤트가 나왔다. 사측 해명대로 우연히 날짜와 단어가 조합됐을 뿐인 것인지, 아니면 '회장님의 코드'를 의식한 영악한 직원 하나가 못된 잔머리를 굴린 것인지는 알 수 없다. 그런데 대중에게 그 구별은 중요하지 않다. '그 분이 최고결정권을 가진 회사에서, 일어날 법한 일이 일어났다는' 해석이 자연스럽게 뒤따르게 된다.
오너 리스크란 이런 것이다. 조직은 결국 오너의 언어를 닮는다. 탱크데이 사건은 오너의 취향이 어떻게 기업의 메시지가 되는지 보여준 생생한 사례로 기억될 것이다. 만약 정 회장이 평소 사회적 가치와 공적 책임을 강조하는, 품격 있는 리더십을 보여왔다면 어땠을까.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고, 벌어졌다고 해도 '직원의 일탈' 정도로 넘어갔을지 모른다.
회사는 이번 사태의 경위와 승인 과정을 철저히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결론이 우연이든 고의든, 오너의 평소 행실이라는 변수는 사라지지 않는다. 그런 판단이 가능했던 조직 문화를 누가 만들었느냐는 질문이 남기 때문이다.
정 회장은 사과문에서 "역사 인식과 감수성이 부족했다"고 했다. 하지만 그 문장의 주어는 결국 '그룹 전체'였다. 조직의 실패에 대한 사과는 있었지만, 자신이 그 조직에 어떤 문화를 심어왔는지에 대한 성찰은 보이지 않았다.
"격노했다"는 정 회장이 정작 직시해야 할 대상은 따로 있다. 바로 자기 자신일 것이다.

KPI뉴스 / 유충현 기자 babybug@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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