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발 공급과잉, 전쟁과 무관하게 진행 중 "6~7월 반대로 '역래깅'"
적자 터널을 지나던 국내 석유화학 업계가 일제히 흑자로 돌아섰다. 지난 2월 말 발발한 '미국·이스라엘-이란 전쟁'이 원료 수급을 뒤흔들면서, 역설적으로 단기간 숨통을 틔워준 결과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이번 반등을 구조적 회복으로 보기 어렵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전쟁이라는 외부 충격이 만들어낸 일시적 효과일 뿐, 근본 문제는 해소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1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공시를 보면 롯데케미칼은 이날 올해 1분기 영업이익 734억원(연결 기준)을 기록했다. 2023년 3분기 이후 10개 분기 만의 흑자 전환이다. 직전 분기(2025년 4분기) 영업손실 4335억 원을 냈던 것에서 단숨에 돌아선 수치다.
앞서 실적을 발표한 LG화학 석유화학 부문도 1분기 1648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직전 분기 2390억 원 적자에서 흑자전환했다. 한화솔루션 케미칼 부문도 341억 원 흑자를 내며 2년 반 만에 적자 터널을 빠져나왔다. 금호석유화학은 594억 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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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롯데케미칼 여수공장 전경 [롯데케미칼] |
석화업계는 한동안 부진했다. 롯데케미칼은 2022년 이후 지난해까지 쌓인 누적 영업손실이 2조4000억 원을 넘는다. LG화학 석유화학 부문과 한화솔루션 케미칼 부문도 지난해 각각 2105억 원, 414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금호석화만 홀로 흑자를 지켜왔다.
부진했던 배경은 중국과의 경쟁이다. 한때 한국 국내 석화업체들의 최대 수출 시장이었던 중국은 지난 2010년대 후반부터 공급자로 변모했다. 범용 석유화학 제품 시장에 중국산 물량이 쏟아지면서 제품 마진이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업계의 수익성 지표인 에틸렌 스프레드(에틸렌 판가에서 원료인 나프타 가격을 뺀 값)는 올해 2월 톤당 50달러까지 떨어졌다. 통상 손익분기점으로 보는 250달러의 5분의 1 수준이다. 만들면 만들수록 손해인 구조가 이어졌다.
분위기를 뒤집은 것은 2월 28일 발발한 '미국·이스라엘-이란 전쟁'이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중동산 나프타 수입이 막히면서 에틸렌 공급이 급감했고, 수익성이 치솟았다. 원재료를 구입한 시점'과 '제품을 판매한 시점'이 다른 경우에 발생하는 이른바 '래깅 효과((lagging effect)'가 작동한 덕분이다. 석화업체들은 1~2월에 전쟁 전 가격으로 사뒀던 나프타 재고를 공정에 투입했다.
원료는 싸게 사두고, 완성품은 전쟁발 급등 가격에 팔게 된 셈이다. 하나증권에 따르면 마진 비율을 보여주는 대표적 지표인 '에틸렌 스프레드(에틸렌 판가에서 원료인 나프타 가격을 뺀 값)'는 한때 1톤당 500달러를 넘어섰다. 차동석 LG화학 사장도 지난달 30일 컨퍼런스콜에서 "원료 가격 상승에 따른 재고 래깅 효과와 일회성 수익이 반영돼 수익성이 개선됐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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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금호석유화학 여수 고무2공장 전경. [금호석유화학] |
다만 석화업계의 수익성 개선이 지속 가능한 것인지를 두고 시장의 시선이 긍정적이지만은 않다. 전쟁 기간 수익성이 개선됐던 정반대 원리로 수익성이 악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윤재성 하나증권 연구원은 "오는 6~7월에 석유화학 업계가 역래깅 구간'을 맞이할 시점"이라고 내다봤다. 윤 연구원은 "종전 가능성이 대두되면서 시급하게 재고를 확보하던 기업들이 이 같은 움직임을 멈췄고 주요 석유화학 제품 가격과 스프레드 하락세가 뚜렷하다"며 "6~7월에는 석유화학 기업들이 실적 둔화 국면에 진입할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중국의 공급과잉은 전쟁과 무관하게 진행 중인 상황이다. 유준위 한국기업평가 수석연구원은 올해 석화산업에 대해 "중국의 계획된 증설프로젝트를 감안할 때 공급 부담은 과중할 전망"이라며 "공급과잉 해소가 어려워 실적 부진과 차입 부담이 지속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상원 산업연구원 연구위원도 "2026년 전 세계 에틸렌 수요 증가분이 600만 톤인데, 중국·인도 신규 증설 물량만 900만 톤"이라며 "기업들이 다시 성장 궤도에 오르기 위해서는 범용제품 중심의 포트폴리오를 고부가가치 소재로 완전히 탈바꿈시켜야 한다"고 지적했다.
KPI뉴스 / 유충현 기자 babybug@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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