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눈] 수천억 과징금 걷고 피해자는 쿠폰…개인정보 보상의 모순

유태영 기자

ty@kpinews.kr | 2026-09-01 17:21:04

쿠팡 6246억 과징금에도 고객 보상은 5만원 쿠폰
따릉이·29CM 등 유출 반복…피해자는 별도 소송해야
"기업 처벌과 개인 구제는 별개"…보상 기준 마련 필요

6246억8100만 원.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지난해 말 대규모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고를 낸 쿠팡에 부과한 과징금이다. 그렇다면 피해자인 고객은 얼마를 보상받았을까. 5만 원 쿠폰이 사실상 전부다. 그것도 보상을 온전히 누리려면 쿠팡 생태계 안에서 소비해야 한다. '보상'인지 '재구매 유도'인지 경계가 모호하다.

쿠팡만의 일이 아니다. 사고 규모와 유출 정보의 종류는 제각각인데 보상 방식은 대체로 비슷하다. 몇 천 원에서 몇 만 원 상당의 쿠폰이나 자사 서비스 이용권이다. 최근 서울시 공공자전거 따릉이 이용자 462만 명의 개인정보 유출 사실이 알려지자 서울시설공단은 5000원에 해당하는 30일 정기권을 보상으로 제시했다. 유출된 개인정보엔 체중까지 포함됐다.

개인정보 유출 사고는 증가 추세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개인정보 유출 신고는 447건으로 전년 대비 45.6% 늘었다. 전문가들은 정보보안에 투자하는 비용보다 과징금과 쿠폰 지급 비용이 더 저렴하기 때문에 개인정보 유출사고가 계속된다고 본다.

최근 29CM에서 일어난 개인정보 15만 건 유출 사고는 '소 잃고 외양간도 고치지 않는' 업계 행태를 드러냈다. 29CM는 무신사가 운영하는 패션·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인데, 무신사는 2021년 11월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를 일으킨 바 있다. 당시 과태료 840만 원을 처분받았다.

국회입법조사처도 최근 '2026 국정감사 이슈 분석'에서 이 문제를 제기했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개인정보 유출기업에 막대한 과징금을 부과하지만 실제 소비자 개인에 대한 피해 보상으로 이어지진 않는다는 지적이다.

피해자가 실질적 배상을 받으려면 별도로 소송을 제기해야 한다. 분쟁조정 절차도 있지만 한쪽이 조정안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성립하지 않는다. 소송에서 승소하더라도 법원이 인정하는 위자료는 통상 크지 않아 시간과 비용을 감안하면 개인이 적극적으로 권리구제에 나서기 쉽지 않다. 그 사이 기업들은 자율보상이라는 이름으로 쿠폰을 지급한다. 피해구제라기보다는 마케팅 수단으로 변질되는 느낌이다.

과징금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기업을 처벌하는 것과 피해자를 구제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이제는 개인정보를 유출한 기업이 어느 수준의 피해보상을 해야 하는지 최소한의 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의 '국민의 개인정보 자기결정권 보장 및 권익 침해 구제'를 위해 설립된 중앙행정기관이다. '보호'만이 아니라 '피해 구제'도 중요한 역할이다. 수천억 원의 과징금 뒤에 피해자에게 남는 것이 마케팅 수단으로 변질된 듯한 쿠폰뿐이라면, 지금의 제도는 절반만 작동하고 있는 셈이다.

  

▲ 유태영 산업부 기자

  

KPI뉴스 / 유태영 기자 ty@kpinews.kr

 

[ⓒ KPI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WEEKLY HO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