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 지고 바람 멎어도 OK'…포스텍, 날씨 영향받는 재생에너지 문제점 해결

장영태 기자 / 2026-10-22 10:33:01
연구팀, 재생에너지 변동에도 750시간 작동하는 일산화탄소 전기분해 전략 제시
재생에너지 기반 탄소 전환 기술의 실용화 앞당길 수 있을 것으로 기대

포스텍 연구팀이 재생에너지의 불규칙한 공급에도 공장 배출가스를 화학제품으로 바꾸는 장치의 성능을 유지하는 운전 기술을 개발했다.

 

▲ 포스텍 신소재공학과 권순호 교수. [포스텍 제공]

 

포스텍은 신소재공학과 권순호 교수가 미국 워싱턴대(세인트루이스) 펑 지아오 교수, 캘리포니아공대 윌리엄 고다드 교수, 중국 베이징대 연구팀과의 공동 연구를 통해 재생에너지 전기가 끊겼다 이어져도 공장 배출가스를 화학제품으로 바꾸는 장치가 제 성능을 유지하는 운전 방법을 개발했다고 23일 밝혔다.

 

이 연구는 촉매 분야 국제 학술지 '네이처 카탈리시스'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일산화탄소 전기분해는 제철소 등에서 나오는 일산화탄소에 전기를 가해 플라스틱 원료인 에틸렌, 식초의 주성분인 아세트산 같은 화학제품으로 바꾸는 기술이다.

 

버려지는 가스를 돈이 되는 원료로 바꾸는 셈인데 다만, 생산비의 절반 이상이 전기요금이라 값싼 태양광·풍력 전기를 쓰는 것이 관건이다. 문제는 재생에너지가 날씨에 따라 들어왔다 끊겼다 한다는 점이다.

 

그동안 연구는 대부분 장치를 24시간 쉬지 않고 돌리는 조건에서만 이뤄졌다. 연구팀이 실제 태양광 발전처럼 장치를 껐다 켜 보니, 단 세 번 만에 원하는 제품 대신 쓸모없는 수소만 잔뜩 나왔다.

 

원인은 구리 촉매에 있었다. 부품들을 하나씩 새것으로 바꿔 보니 구리 촉매만 바꿔도 성능이 되살아났다. 빛을 쏘아 촉매 표면을 실시간으로 관찰하고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분석한 결과, 전원이 꺼지면 촉매 표면에 남아 있던 일산화탄소가 탄산염이라는 찌꺼기로 변해 촉매가 일하는 자리를 덮어버렸다.

 

▲ 전원 차단 방식에 따른 구리 촉매 표면 변화 모식도. [포스텍 제공]

 

일산화탄소 대신 다른 기체인 아르곤을 채워 봤지만, 이번에는 구리가 녹슬어 버렸다.

 

해법은 간단했다. 전원을 끄지 않고 장치가 멈추는 전압인 '개방회로전압(약 1.5V)'보다 살짝 높은 1.8~1.9V의 약한 '대기 전압'을 계속 흘려 두는 것이다. 화면은 꺼져 있지만 완전히 꺼지지는 않은 스마트폰의 대기 모드와 비슷하다.

 

이 약한 전기만으로도 찌꺼기가 생기는 속도가 100만 분의 1 수준으로 줄었고 대기 중 드는 전기료는 전체 생산비의 1%도 되지 않았다. 이 방법을 쓴 장치는 실제 태양광 발전처럼 31번 껐다 켜기를 반복하며 750시간 동안 고장 없이 작동했다.

 

원하는 제품을 만드는 비율도 75%로 유지됐고 일주일을 쉬고 나서도 다시 제 성능을 냈다.

 

비용도 절감할 수 있다. 재생에너지 비중이 70%가 넘는 호주 사우스오스트레일리아 실제 전기요금으로 계산한 결과, 전기가 쌀 때만 장치를 돌리면 아세트산 생산비를 kg당 2.13달러에서 1.63달러로 최대 26% 줄일 수 있었다.

 

세계 10개국을 분석해 보니 시간대별 전기요금 차이가 큰 나라일수록 아끼는 비용도 많았다. 새 촉매나 비싼 설비 없이 '켜고 끄는 방식'만 바꿔 공장 배출가스를 생활 속 화학제품으로 바꾸는 길을 넓힌 셈이다.

 

권순호 교수는 "전원을 끌 때 촉매 표면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원자 수준에서 밝혀냈기에 간단한 전압 조절만으로 촉매를 지키는 해법을 찾을 수 있었다"며 "새로운 촉매나 설비 없이 운전 방식만 바꿔 재생에너지 기반 탄소 전환 기술의 실용화를 앞당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KPI뉴스 / 장영태 기자 3678jyt@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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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영태 / 전국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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