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서울 핀테크 위크 2026'을 통해 인공지능(AI)이 결제와 자산관리, 투자까지 대신하는 금융의 미래를 제시했다. AI가 금융정보를 제공하는 수준을 넘어 실제 거래를 수행하는 단계로 발전하면서 이용자 신뢰 확보와 금융제도 개선이 새로운 과제로 떠올랐다.
26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콘래드 서울에서 열린 '서울 핀테크 위크 2026' 개막식에서는 AI 전환에 따른 금융산업의 변화와 대응 방향이 논의됐다. 올해 행사는 'AX 기반 디지털금융의 전환: 나를 아는 금융'을 주제로 마련됐다.
이날 축사에 나선 오세훈 서울시장은 AI 에이전트가 결제와 자산관리, 투자 등 금융업무를 수행하는 새로운 파트너로 발전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스테이블코인과 자산 토큰화 기술 역시 송금과 자산거래의 흐름을 바꾸며 금융산업에 새로운 가능성을 열고 있다고 설명했다.
오 시장은 기술 발전의 속도만큼 이용자의 자산과 정보 보호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금융 혁신이 시민과 기업의 편익으로 이어지려면 기술에 대한 신뢰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취지다.
서울의 금융 경쟁력에 대한 언급도 이어졌다. 오 시장은 서울이 국제금융센터지수(GFCI)에서 세계 7위를 기록한 점을 소개하면서도 금융위원회의 세종 이전 결정에 따른 금융 경쟁력 약화 우려를 제기했다. 이어 서울투자진흥재단과 서울핀테크랩 등을 중심으로 핀테크 기업의 성장을 지원하고, 금융회사와 핀테크 기업 간 협력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제시했다.
이세훈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도 AI 전환이 단순한 업무 효율화를 넘어 금융의 작동 원리와 의사결정 체계 자체를 바꾸고 있다고 진단했다. 핀테크 기업이 새로운 금융환경에 대응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서울시와 협력해 디지털 금융 생태계를 조성하겠다는 입장도 전했다.
이어 기조연설에 나선 신원근 카카오페이 대표는 AI가 금융정보를 제공하는 조력자에서 실제 업무를 수행하는 대리인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과거에는 이용자가 금융 애플리케이션에 직접 접속해 필요한 서비스를 찾아야 했다면, 앞으로는 AI가 개인의 소비와 자산 상황을 파악하고 필요한 금융업무를 먼저 제안하는 방식으로 변화한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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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원근 카카오페이 대표가 26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콘래드 서울에서 열린 '서울 핀테크 위크 2026' 기조연설에서 AI 에이전트에 적합한 결제 인프라와 새로운 금융거래 방식을 설명하고 있다. [이수민 기자] |
이러한 변화는 일상적인 소비와 자산관리에서부터 나타날 수 있다. 이용자가 직접 할인 혜택을 검색하지 않아도 AI가 소비 내역을 분석해 적합한 쿠폰을 찾아 발급하고, 여유자금이 생기면 운용 방법을 제안하는 식이다. 나아가 증권사 AI 에이전트와 연결되면 이용자의 사전 동의와 설정에 따라 실제 투자까지 이어질 수 있다.
신 대표는 미국 개인재무관리 서비스인 로켓머니를 사례로 들며 금융서비스의 중심이 이용자의 요청에서 AI의 선제적 제안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카카오페이도 마이데이터를 기반으로 이용자의 소비 패턴과 금융 상황을 분석하는 'AI코치' 서비스를 통해 개인화된 금융관리 기능을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다만 AI가 단순한 조언을 넘어 실제 금융거래를 수행하려면 기존 금융체계에도 변화가 필요하다. 이용자의 의도와 다른 거래가 실행되거나 잘못된 판단으로 손실이 발생했을 때 책임을 누구에게 물을 것인지가 대표적인 문제다. 신 대표 역시 AI가 이용자의 권한 범위 안에서 작동하고, 판단 근거를 명확히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를 위해 사람을 중심으로 설계된 금융제도를 AI 에이전트에 맞게 바꿔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고객의 사전 동의를 바탕으로 AI가 일부 금융업무를 대리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에서 출발해, 전용 인증과 거래 한도 관리, 사고 보상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후 금융상품 판매와 투자자문까지 AI의 역할이 확대되면 투자위험 관리와 고위험 거래에 대한 감독 기준도 함께 정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금융거래를 뒷받침할 결제 인프라 역시 변화의 대상이다. 신 대표는 AI가 소액 결제를 반복하거나 국가 간 거래를 수행할 수 있도록 스테이블코인 기반의 개방형 결제 표준 'x402'를 소개했다. AI가 다른 서비스와 직접 연결돼 대금을 지급하는 구조로, 금융 AI의 역할이 확대될수록 이러한 결제 인프라의 중요성도 커진다는 설명이다.
신 대표는 기조연설을 마무리하며 "무엇을 해야 하는지가 아니라 무엇을 시켜야 하는지를 잘 알아야 하는 시대"라는 메시지를 남겼다. 금융 AI를 활용해 국민의 금융 이해력과 실행력을 높이고, 한국이 금융 AI 분야를 선도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이날 행사에서는 AI 기술의 발전이 금융산업의 경쟁 구도를 바꾸는 동시에 금융회사와 빅테크, 핀테크 기업 간 협력의 필요성을 높이고 있다는 점이 부각됐다. 서울시도 금융회사와 핀테크 기업의 개방형 혁신을 확대하고, 기술 개발이 실제 금융서비스와 투자 기회로 이어질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방침이다.
서울 핀테크 위크 2026은 오는 28일까지 사흘간 진행된다. 행사에서는 AI를 중심으로 한 디지털 금융산업의 변화와 발전 방향을 논의하는 프로그램을 비롯해 금융회사와 핀테크 기업의 협력을 촉진하기 위한 '제5회 피노베이션 챌린지' 등이 마련됐다.
KPI뉴스 / 이수민 기자 smlee682@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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