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윤범 회장, 이사회 우위...경영권 분쟁 계속될 듯
영풍·MBK파트너스와 경영권 분쟁의 골이 깊은 고려아연이 임시주주총회에서 회사 측이 추천한 백인규 후보를 감사위원인 독립이사로 선임했다. 이번 주총의 핵심 승부처인 감사위원 1석을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측이 확보하면서 이사회 내 우위를 이어가게 됐다.
고려아연은 9일 서울 용산구 몬드리안 서울 이태원에서 임시주총을 열고 정관 일부 변경과 독립이사 4명 선임, 감사위원이 되는 독립이사 1명 선임 등 3개 안건을 처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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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기덕 고려아연 대표이사가 제53기 임시주주총회 의장을 맡아 총회를 진행하고 있다. [고려아연 제공] |
임시주총 시작에 앞서 주총 입구에서는 한국노총 전국금속노조연맹 소속 고려아연 노동조합원들이 영풍을 규탄하는 내용의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였다. 경영권 분쟁을 둘러싼 긴장감과 달리 임시주총은 큰 충돌이나 돌발 상황 없이 진행됐다.
주총은 주주 입장 절차 등으로 당초 예정보다 24분 늦은 오전 10시24분께 개회했다. 제1호 의안인 정관 일부 변경안은 가결됐다. 개정 상법에 맞춰 분리선출 감사위원을 추가로 선임할 수 있도록 정관을 변경하는 내용이다.
이어 집중투표 방식으로 진행된 독립이사 4명 선임에서는 고려아연과 영풍·MBK 측이 각각 추천한 후보 2명씩이 모두 이사회에 진입했다.
고려아연 독립이사후보추천위원회가 추천한 이형규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와 서은숙 상명대 경제금융학부 교수, 영풍·MBK 측이 추천한 이준봉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와 심혜섭 변호사가 각각 독립이사로 선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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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려아연 노조가 임시주주총회가 열린 서울 용산구 몬드리안 호텔 앞에서 영풍·MBK파트너스를 규탄하는 피켓 시위를 벌이고 있다. [한상진 기자] |
집중투표제는 선임하는 이사 수만큼 주주에게 의결권을 부여하고 이를 특정 후보에게 몰아주거나 여러 후보에게 나눠 행사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양측이 독립이사 자리를 2명씩 나눠 가지면서 승부는 제3호 의안인 감사위원 선임에서 갈렸다.
고려아연 측은 한국과 미국 공인회계사 자격을 보유하고 딜로이트에서 30년간 회계감사와 재무 자문 등을 수행한 백인규 후보를 추천했다. 영풍·MBK 측은 네덜란드 연기금 운용사에서 아시아·태평양 지역 투자와 기업 지배구조 업무를 담당한 박유경 후보를 내세웠다.
감사위원 선임 표결에는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지분을 합산해 의결권을 3%까지만 행사하도록 제한하는 이른바 '합산 3% 룰'이 적용됐다.
고려아연은 영풍 측 특수관계인 가운데 서로 다른 방향으로 의결권을 행사한 경우에도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지분 전체를 합산한 뒤 3% 한도 안에서 각 지분율에 따라 의결권을 배분해 표결에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낮 12시55분께 제3호 의안에 대한 표결 결과 발표가 시작됐다. 주총에서 발표된 잠정 집계 결과 감사위원 선임에 행사 가능한 출석 의결권은 622만5934주였다.
백 후보는 509만2815주의 찬성표를 받아 출석 의결권 대비 81.8%의 찬성률을 기록했다. 박 후보는 173만9065주, 27.93%의 찬성을 얻어 과반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
고려아연은 낮 12시57분께 백 후보가 감사위원이 되는 독립이사로 선임됐음을 공식 선포했다. 이를 끝으로 이날 임시주총도 종료됐다.
표결에 앞서 양측은 경영진 견제와 후보자의 독립성을 놓고 공방을 벌였다.
영풍 측 대리인은 "현재 상황의 본질은 적대적 행위가 아니라 경영권 분쟁 상황"이라며 "고려아연 감사위원회가 제대로 기능하고 있는지 상당한 의구심이 있는 상황에서 독립적인 감사위원 선출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고려아연 측은 백 후보의 회계·감사 전문성을 강조했다. 백 후보는 한·미 공인회계사 자격을 갖추고 딜로이트에서 30년간 회계감사와 재무자문 업무를 수행한 만큼 내부통제의 실효성을 높일 수 있다고 평가했다.
고려아연과 영풍·MBK파트너스 연합은 2024년 9월 공개매수를 계기로 경영권 분쟁을 이어 오고 있다. 양측은 지분 확보 경쟁에 이어 주주총회 표 대결과 법정 공방을 벌여왔다. 이번 임시주총에서도 최 회장 측이 이사회 우위를 지켰지만, 영풍·MBK 측도 독립이사 2명을 진입시키면서 경영권을 둘러싼 갈등은 계속될 전망이다.
KPI뉴스 / 한상진 기자 shiraz@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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