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美증시 화려한 데뷔…삼성전자도 ADR 상장 추진할까

안재성 기자   이수민 기자 / 2026-07-10 16:53:15
공모 규모 265억달러 '역대 2위'…프리미엄 프라이싱도 성공
ADR 상장으로 글로벌 투자자 접근성 확대…주가 상승 기대
주주가치 제고 차원서 삼성전자도 ADR 상장 압력 높아질 듯

SK하이닉스가 역대 공모 규모 2위, 프리미엄 프라이싱(공모가 할증) 성공 등 화려한 기록을 세우며 미국 증권시장에 데뷔했다. 앞으로 SK하이닉스가 주가 재평가 등 성과를 낸다면, 삼성전자도 미국주식예탁증서(ADR) 상장을 본격 추진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주식예탁증서(DR·Depositary Receipt) 해외 상장은 국내에 있는 물건(주식)은 그대로 두고, 해외 증권사가 발행한 '교환권'을 해외 시장에 유통하는 것을 말한다. 직접 상장에 비해 까다로운 미국 법과 회계 기준 부담은 줄이면서도, 글로벌 투자자들의 대규모 자금을 효과적으로 끌어올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SK하이닉스 ADR은 10일(현지시간) 나스닥에 상장돼 조건부 거래를 시작했다. 정규 거래는 오는 13일(현지시간)부터 이뤄진다. 정규 거래 시작 전임에도 투자자들이 사고팔 수 있게 해주는 걸 조건부 거래라 한다. 공모 절차가 최종 완료된 후 14일(현지시간)부터 공식 결제된다는 조건이 붙는다. 시장 반응을 테스트하는 의미가 있다.

 

SK하이닉스 ADR 공모가는 주당 149달러, 공모 물량은 1억7790만 주다. 공모 규모는 265억700만 달러(약 40조 원)에 달한다. 이는 미국 역대 공모 중 지난달 12일 상장한 스페이스X(약 857억 달러)에 이어 두 번째로 큰 규모다. 외국 기업 중에선 사상 최대다.

 

프리미엄 프라이싱에 성공한 부분도 주목받는다. 지난 9일 SK하이닉스 보통주 종가는 218만6000원(약 1445달러)이다. ADR 1주가 한국 보통주 10분의 1에 해당한다는 걸 감안할 때, 주당 149달러는 9일 종가보다 2.9% 할증된 수준이다. 일반적으로 투자자 확보를 위해 대규모 공모 시 공모가가 할인되는데, SK하이닉스는 거꾸로 할증된 것이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미국 공모 역사상 최초"라면서 "수요 예측에 공모 물량의 7배가 넘는 청약이 쏠리는 등 인기가 높은 덕"이라고 강조했다.

 

▲ SK하이닉스 이천 본사. [뉴시스]

 

SK하이닉스가 화려하게 데뷔하면서 삼성전자도 뒤따를 수 있다는 예측이 나온다. ADR 상장으로 글로벌 투자자 접근성이 확대되면, 주가도 오를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주주가치 제고 차원에서 ADR 상장을 추진하라는 요구가 점점 거세질 거란 관측이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인공지능(AI) 산업혁명' 덕에 막대한 이익을 내면서 시장 여건은 우호적"이라며 "삼성전자 주주가치 상향을 위해 ADR 상장은 배제하기 어려운 시나리오"라고 말했다.

 

독립증권리서치사 더프레미어 강관우 대표는 "ADR 상장으로 SK하이닉스 기업가치가 한 단계 더 뛰어오를 것"이라며 삼성전자 역시 비슷한 효과를 예상했다. 

 

채민숙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SK하이닉스가 미국 시장에서 대규모 자금을 조달하고 글로벌 투자자 기반을 넓히는 성과를 내면 삼성전자 내부에서도 ADR 상장을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어 "삼성전자가 미국에서 엔비디아, TSMC, 마이크론테크놀로지 등과 직접 비교되면 반도체 사업 가치가 보다 선명하게 부각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ADR 상장에 우려되는 점도 있다. 강 대표는 "미국에 상장하면 지금보다 공시 의무가 확대되고, 주주대표소송 등에 시달릴 위험도 높아진다"며 "삼성전자는 신중하게 검토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앞으로 나스닥에서 SK하이닉스 ADR을 살 수 있게 됐는데, 국내 투자자는 어디가 유리할지에 대해 전문가들은 국내 증시를 추천한다.

 

채 연구원은 "미국 ADR 가격이 국내 보통주 가격보다 높아질 순 있다"면서도 "가격 차이가 커질 경우 차익거래가 발생하므로 그 폭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세금을 고려할 때 국내 증시에서 매수하는 게 실질 수익률이 더 높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국내주식을 매매할 때 대주주 외에는 양도소득세를 내지 않는다. 그러나 해외주식은 22%(지방세 포함)의 양도세를 부담해야 한다.

 

강 대표는 "세금 외에 환전 수수료도 고려해야 한다"며 비용 측면에서 국내 투자자는 국내 증시가 유리하다고 조언했다.

  

KPI뉴스 / 안재성·이수민 기자 seilen78@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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