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노조, 중견사로 범위 확대…코오롱 등 8곳 24일 발표
건설 업계 '비용 인상' 우려…"노동위 판단 지켜봐야"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 시행 이후 건설업계가 연쇄적인 영향을 받고 있다. 국내 10대 건설사 중 9곳이 하청 노조의 실질적 사용자로 인정받았다. 교섭 요구의 화살은 이제 중견 건설사로까지 향하고 있다.
원자재 가격 폭등과 고금리로 이미 경직된 건설시장에서 노무비 상승에 따른 수익성 악화 우려까지 겹치면서 업계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15일 민주노총 전국건설노동조합에 따르면 오는 24일 서희건설, 제일건설, 코오롱글로벌, 태영건설, 우미건설, 대방건설, 금호건설, 대광건영 등 8개 중견 건설사에 대한 사용자성 심의 결과가 발표될 예정이다. 심의는 서울·경기·전남 등 각 업체 소재 지역 지방노동위원회(지노위)에서 진행한다.
앞서 대형 건설사들에 대한 사용자성 인정이 잇따르면서 노조가 중견사로 범위를 넓히는 중이다. 김준태 전국건설노조 교육선전국장은 "올해 초부터 86개 건설사에 대해 순차적으로 사용자성 인정 절차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건설노조는 원청이 하청 노동자의 작업 환경과 안전을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만큼 교섭 의무를 지는 것은 당연하다는 입장이다.
10대 건설사 중 첫 사례는 포스코이앤씨다. 지난 4월 9일 경북지방노동위원회가 원청 사용자성을 처음으로 인정한 이후 같은 달 SK에코플랜트, 현대엔지니어링, 삼성물산 건설부문, GS건설, 한화 건설부문이 줄줄이 판정을 받았다. 이어 지난달 21일에는 서울지노위가 하루 만에 현대건설·롯데건설·HDC현대산업개발 3곳을, 지난 5일에는 DL이앤씨를 상대로도 교섭 의무를 인정했다. 유일하게 남은 대우건설도 지난 5일 서울지노위에 사용자성 판단 신청이 접수된 상태다.
이 과정에서 지노위 판단이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에서 뒤집히는 사례도 나왔다. 전남지방노동위원회는 중흥건설·중흥토건이 타워크레인 조종사들을 직접 지시·관리하지 않는다며 노조의 교섭 요구를 기각했다.
노란봉투법 시행 후 첫 기각 판정으로 주목을 끌었지만, 중노위는 지난 4일 재심에서 결론을 뒤집었다. 원청이 현장 안전관리에 적극 개입해 온 사실 자체가 하청 노동자에 대한 실질적 지배력의 근거가 된다고 본 것이다. 중노위는 다만 임금 직불제 등 임금 관련 안건에 대해서는 "원청사가 실질·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기각했다.
사용자성 확인 절차 이후 실제 교섭 공고 단계로 나아간 건설사도 나왔다. 삼성물산이 처음으로 하청 노조의 단체교섭 요구 사실을 공고했고, GS건설도 뒤를 이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사용자성 인정을 받아도 아직 법적 절차가 남아 있어 다들 분위기를 보던 중이었는데, 삼성과 GS가 먼저 움직이면서 다른 건설사들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게 됐다"고 말했다.
건설사들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수익성 악화다. 임금 의제가 교섭 대상에서 제외되더라도 복지 확대, 안전시설 확충 등으로 노무비와 관리비 상승이 불가피하고, 이는 건설 원가 상승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다. 미분양 우려로 이어질 수 있는 탓에 비용을 분양가에 반영하기도 어려운 구조다. 자금 여력이 부족한 중견 건설사일수록 압박이 크다.
다만 지금으로서는 비용 인상에 따른 리스크가 기우에 불과하다는 관측도 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중노위 결정이 안전 분야에 한정된 데다 임금 관련 사항은 기각된 만큼, 사용자성 인정의 실제 파급 범위를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KPI뉴스 / 설석용 기자 ssyasd@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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