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환 한도 막혀 차익거래 제한…개인 1조원 넘게 순매수
세금 내고 미국행이냐, 저평가된 국내 본주 매수냐
같은 SK하이닉스 주식인데 가격은 37%나 벌어졌다. 지난 7월 미국 나스닥에 상장한 SK하이닉스 ADR(주식예탁증서)은 공모가보다 8% 가까이 올랐지만, 같은 기간 국내 본주는 25% 넘게 떨어졌다.
가격 차이가 커지자 국내 투자자들은 두 갈래로 나뉘고 있다. 세금 부담을 감수하고서라도 상승세인 ADR을 사야 한다는 쪽과 결국 가격 차가 좁혀질 것을 감안하면 오히려 할인된 국내 본주가 매력적이라는 쪽이다.
1일(현지시간) SK하이닉스 ADR 종가는 160.8달러다. 공모가인 149.0달러보다 7.9% 올랐다. 반면 같은 기간 SK하이닉스 본주 주가는 떨어졌다. 2일 SK하이닉스 종가는 161만 원으로 ADR 상장 직전인 7월 10일 종가(220만1000원)보다 26.9% 하락했다.
현재 ADR 10주(1608달러·약 220만4500원)가 SK하이닉스 1주이므로 본주와 ADR 가격 격차가 약 37%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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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기도 이천시 SK하이닉스 본사 전경. [뉴시스] |
같은 주식인데 '국장'과 '미장'의 차이가 왜 이렇게 클까. 경제상식으로는 가격 격차가 크면 ADR은 팔고 본주는 사는 차익거래가 활발히 이뤄져야 정상이다. 하지만 ADR 상장 후 약 두 달 동안 격차를 좁히는 차익거래는 좀처럼 나타나지 않고 있다.
현격한 가격차이에도 차익거래가 일어나지 않는데는 '본주와 ADR의 교환 절차의 한계'가 작용한다는 지적이다. 싼 본주를 사서 비싼 ADR로 전환해 팔아야 정상적인 차익거래가 되는데 현재 원주의 ADR 전환 가능 물량이 전체 주식의 2.5%로 제한돼 있고, 이미 한도가 찬 상태라 신규 ADR 생성이 사실상 막혀 있다는 것이다. 최창규 미래에셋자산운용 ETF리서치본부장은 "본주를 샀다면 ADR로 교환해 팔아야 차익을 실현할 텐데 교환물량이 제한돼 차익거래가 활발히 일어나기 어려운 구조"라고 말했다.
차익거래는커녕 오히려 국내 개인투자자들도 ADR을 적극 사들이고 있다. 2일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 세이브로에 따르면 개인투자자들은 7월 10일부터 9월 1일까지 SK하이닉스 ADR을 8억73만 달러(약 1조978억 원)어치 순매수했다. 같은 기간 미국 증권시장에서 개인투자자들이 매수한 종목 가운데 순매수 규모가 두 번째로 컸다.
독립리서치사 더프레미어 강관우 대표는 "짧은 기간 급격한 변동성으로 인해 국내 증권시장에 대한 신뢰가 무너진 탓"이라고 지적했다.
6월 중순 9000을 넘었던 코스피가 7월 말 5500대까지 곤두박질치는 등 심각한 변동성에 투자자들의 불안과 불신이 커졌다. SK하이닉스 역시 6월 중순 290만 원이 넘던 주가가 7월 말 130만 원대로 폭락했다. 이후 좀 회복했으나 아직 160만 원대에 머물러 있다.
강 대표는 "5월 말 출시된 삼성전자·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로 인해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왝더독'(Wag the dog) 현상이 벌어진 점도 불신을 더 심화시켰다"고 진단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현재 코스피는 역대급 저평가 국면"이라고 평가했다.
개인투자자 유 모(37·남) 씨는 "다시는 국내 주식 안 사겠다고 비명을 지르며 떠난 투자자들이 많다"며 "남은 투자자들도 매수한 주식의 주가가 조금만 올라도 즉시 파는 등 장기 보유 의지가 별로 없다"고 했다.
그는 "이런 흐름이 쉽게 바뀌지 않을 듯하다"며 "따라서 세금을 내더라도 SK하이닉스 본주보다 ADR을 사는 게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미래에도 본주보다 ADR 가격이 상승할 가능성이 더 높다는 관측이다.
국내주식은 대주주 외에는 양도차익에 세금이 붙지 않는다. 그러나 해외주식은 매년 양도차익 중 250만 원을 공제한 뒤 22%(지방세 포함)의 양도소득세를 내야 한다.
반면 "30%가 넘는 괴리율은 지나치게 크며 국내 증시 저평가가 영원히 지속될 리도 없다"며 "지금이 본주를 살 때"라는 의견도 있다. 개인투자자 강 모(50·남) 씨는 "본주와 ADR 가격 괴리율이 지나치게 크고 본주는 저평가돼 있다"며 "결국 괴리율은 줄어들 테니 지금은 본주를 사야 할 타이밍"이라고 강조했다.
이정빈 신한투자증권 연구원도 "SK하이닉스 본주 가격이 상승하면서 ADR과의 괴리율이 축소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강 대표는 "코스피가 역대급 저평가를 겪고 있다는 건 반대로 말하면 저가 매수를 노리기 좋은 기회란 뜻"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기업가치 측면에서 볼 때 SK하이닉스 본주는 너무 저평가돼 있다"며 "저평가된 본주 가격이 상승하면서 괴리율 격차가 좁혀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KPI뉴스 / 안재성 기자 seilen78@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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