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5 전당대회 후 경선 후유증은 여전히 남아 있다. 윤석열 대선후보 선대위 출범은 아직도 미정이다. 우려했던 '홍준표·김종인 변수'가 활성화한 탓이다. 두 사람에 대한 당내 반감은 고조되고 있다. 계파싸움으로 사분오열하던 '도로 한나라당' 얘기가 나온다.
▲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가운데)가 지난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하며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더욱이 윤 후보 지지율이 주춤하는 상황이어서 설상가상이다. 정권교체 여론도 하락 추세를 보여 주목된다.
여론조사공정㈜이 23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 윤 후보는 5자 가상 대결에서 43.2%를 얻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36.1%였다. 윤 후보가 이 후보를 7.1%포인트(p) 앞섰으나 격차는 확 줄었다. 지난 6, 7일 조사에선 윤(46.8%), 이 후보(29.6%)의 격차가 17.2%p에 달했다. 2주 새 10%p가 증발했다. 윤 후보의 '컨벤션 효과'가 떨어지고 이 후보 지지층은 결집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전날 공개한 여론조사에선 윤 후보 40.0%, 이 후보 39.5%로 초박빙이었다. 지난 조사(15일)에 비해 윤 후보는 5.6%p 떨어졌고 이 후보는 7.1%p 올랐다.
KSOI 조사에 따르면 '정권교체' 의견(46.8%)과 '정권재창출' 의견(42.1%)은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윤 후보 선출 직후인 5, 6일 조사에선 '정권교체론'(53.6%)이 '정권재창출론'(37.0%)을 16.6%p 앞섰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윤 후보는 이날 경선 레이스에 참여했던 후보들과 오찬을 함께하며 결속을 다졌다. 그러나 홍준표 의원, 유승민 전 의원, 원희룡 전 제주지사는 불참했다.
▲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왼쪽 두번째)가 23일 서울 여의도의 한 음식점에서 경선 후보들과 오찬을 함께하며 '물잔 건배'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장성민 세계와동북아평화포럼 이사장, 윤 후보, 장기표 신문명정책연구원장, 박찬주 전 육군대장, 최재형 전 감사원장, 박진 의원, 안상수 전 인천시장. 홍준표 의원과 유승민 전 의원, 원희룡 전 제주지사는 불참했다. [뉴시스] 장성민 세계와동북아평화포럼 이사장은 정권교체를 위해 두 사람의 '원팀' 동참을 요청했으나 응답을 듣지 못했다. 홍 의원과 유 전 의원은 전대 현장에서 경선 결과 승복을 선언했으나 지금까지 '비협조' 자세다.
특히 홍 의원은 2030세대와 소통하는 플랫폼 '청년의꿈' 홈페이지를 만들어 윤 후보에 대한 반감을 쏟아내고 있다. "윤 후보가 당선되면 대한민국이 불행해진다"고까지 했다.
홍 의원은 전날 '윤 후보가 만나자고 요청했다는데 왜 응답을 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할 말이 없다"고 답했다. '문재인 대통령, 이재명 후보, 윤 후보 중 누가 제일 싫으냐'는 질문에는 2시간 만에 "이재명"이라고 했다. 선대위의 '3김(김종인·김한길·김병준) 체제'에 대해선 "잡탕밥을 찾는 사람도 있다"고 혹평했다.
'원톱' 총괄선대위원장이 유력한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은 이날 오전 사실상 선대위 합류 거부 입장을 밝혔다. "더는 정치 이야기를 하기 싫다. 일상으로 돌아가겠다"는 것이다. 윤 후보와 갈라서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이다.
김 전 위원장은 뜻대로 안되면 판을 엎는 스타일이다. 개성, 고집이 강하다. 윤 후보도 뒤지지 않는다. 윤 후보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김 전 위원장 관련 질문에 "그 양반 말씀하는 건 나한테 묻지 마세요"라고 했다. 불편한 심기가 역력하다.
이날 당 홈페이지 자유게시판 '할 말 있어요' 코너엔 홍 의원과 김 전 위원장을 성토하는 글이 쏟아졌다.
▲ 국민의힘 홈페이지 캡처. "홍준표, 김종인, 이준석 당신들은 정권교체에 관심이 없고 오직 자기정치만 하려고 하는 그 욕심에 국민들은 지켜보고 있다", "김종인은 나라보다 내가 우선인 사람이다. 자신이 충분한 예우를 받지 못했다고 생각이 들면 대의고 뭐고 다 필요없다"는 등의 내용이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페이스북을 통해 "(총괄선대위원장직은)무산된 듯. 장제원, 권성동, 김병준, 김한길 데려다가 뭘 하려는 건지 이해할 수 없네"라고 비판했다.
진 전 교수는 "그래도 여당을 견제하는 야당이라고 화력지원을 해주었는데, 이젠 그럴 필요가 없어졌다"며 김 전 위원장 관련 기사를 공유했다. 그는 윤 후보 측을 향해 "자기들만의 힘으로도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라고 쏘아붙인 뒤 "그게 후보의 판단이라면 할 수 없는 거다"라고 지적했다.
당의 한 관계자는 "이 후보와 윤 후보가 처한 상황이 비교돼 우려된다"고 토로했다. "이 후보는 반성과 쇄신을 외치며 선대위를 전면 개편하는 등 지지율 올리기에 몸부림을 치고 있는데, 윤 후보는 주도권 다툼과 힘겨루기 등 구태 정치에 발목잡혀 있는 형국"이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윤 후보가 신속히 선대위 인선 갈등을 정리하고 원팀을 꾸리지 않는다면 내분 위기로 정치력, 리더십이 상처받고 지지율이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