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적인 맛의 수제맥주 추구"…5800만 캔 판매
"수제맥주 다양해져…경쟁사 아닌 업계 확대되길"
대한제분과 이별…같은 제품이란 점 홍보 박차
"2000년대 초반만 해도 수제맥주 업계는 '어둠의 터널'로 불렸고 대중들은 오비맥주, 하이트진로밖에 몰랐다. 수제맥주를 낯설게 느꼈던 사람들이 보다 쉽게 즐길 수 있도록 매력적인 맛을 대중화해 개발했다."
맥주제조사 세븐브로이의 김희상 부사장은 5800만 캔 이상 판매된 수제맥주 '대표밀맥주(前 곰표밀맥주)'를 개발한 주인공이다. 그는 1세대 브루마스터(맥주 양조기술자)이자 세븐브로이의 대표 브루마스터다.
곰표밀맥주는 지난 2020년 5월 세븐브로이가 소맥분 제조사이자 브랜드사인 대한제분과 손잡고 개발한 컬래버레이션 수제맥주다. 이 제품은 출시 3일 만에 초도 생산물량 10만 개를 완판했고 일주일 만에 30만 개를 돌파했다.
하지만 세븐브로이는 대한제분과의 3년 계약이 종료되면서 '곰표'를 사용할 수 없게 됐다. 대한제분은 이달 제주맥주를 자사 '곰표밀맥주'의 신규 제조사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세븐브로이는 새로운 브랜드인 '대표밀맥주'가 과거 곰표밀맥주와 동일 제품임을 소비자들이 알 수 있도록 힘쓰는 동시에 맛으로 승부하겠다는 각오다.
15일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 있는 '숲속양조장:세로 ON 대표' 팝업스토어에서 김 부사장을 만나 대표밀맥주의 탄생 배경과 과정, 제품의 특성과 수제맥주 업계에 대한 이야기, 대한제분 '곰표' 캐릭터와 이별하게 된 사정을 들어봤다.
▲ 김희상 세븐브로이 부사장이 15일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 있는 '숲속양조장:세로 ON 대표' 팝업스토어에서 UPI뉴스와 만나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지우 기자] 다음은 일문일답.
—대표밀맥주는 어떻게 탄생했나.
"2019년 말 대한제분에서 맥주를 생산하고 싶다고 연락이 왔다. 대중적인 맛이면서 알코올 도수가 높지 않은 맥주를 개발해달라고 요청했다. 2020년 1월 갑론을박하던 중 '밀맥주'로 콘셉트를 잡았다. 당시 밀맥주 시장의 반응이 뜨거웠고 범용성이 있어 대중들이 편하게 드실 수 있다는 특성 때문이었다. 높지 않은 알코올 도수도 고려했다. 맥주를 잘 알지 못하는 분들도 잘 드실 수 있도록 특별한 향을 첨가하기로 했다.
20년 가까이 수제맥주 업계에 있으면서 '이 술이 참 괜찮다'고 생각한 술은 시장에서 잘 팔린 적이 없었다. 하지만 누구든지 마실 수 있게 만들기 위해 대형 맥주(카스, 테라 등) 마시는 분들과 평소 맥주 잘 안 드시는 분들의 중간지점에 맞춰 대표밀맥주를 만들었다."
—탄생 과정을 설명해달라.
"2020년 1월 레시피 만드는 작업에 들어가고 같은 해 5월 출시 예정이었다. 시간이 촉박했다. 먼저 그레인(곡물) 레시피를 만들었다. 총 들어가는 맥아의 45%를 밀 맥아로 잡았다. 독일, 벨기에, 미국 등과 달리 우리나라엔 밀맥주 스타일이 없었다.
한국식 밀맥주를 만들기 위해 대표밀맥주는 맥아를 45%로 결정하고 기존 유럽식과 완전 다른 밀맥주를 만들기로 했다. 기본 맥아와 특수맥아를 사용했다.
특별한 향을 개발하는 게 고민이었다. 조급한 상황에 미국 유학 중인 자녀에게 '하드셀처'(탄산수에 알코올을 섞고 과일 향미를 첨가한 술)가 인기를 끈다는 것을 알게 됐다.
한국 소비자들에게 친숙한 향이 뭘까 고민하다보니 어릴 적 사탕, 빙과류향인 복숭아, 파인애플, 패션후르츠 등이 생각났다. 이 세 가지 과일 추출물을 사용하기로 했다.
마지막으로 어떤 효모를 사용하냐를 고려했다. 발효도가 높은 효모를 사용해 당도를 낮췄다. 벨기에 세종효모를 사용했다. 일반적인 발효도가 80~85%라면 대표밀맥주는 95% 넘는 효모라 드라이하다. 드라이한 맛을 만든 이유는 후각으로 달콤한데 미각으로도 달콤하면 부딪히기 때문이다."
▲ '숲속양조장' 팝업스토어에 20년 전 세븐브로이 맥주 첫 제품을 양조했던 브루하우스가 전시돼 있다. [김지우 기자] —맥주 샘플에 대한 반응은.
"레시피가 완성되고 나서 개선하기 위해 두 사람에게 샘플을 맛보게 했다. 어머니와 아내다. 어머니는 주로 소맥 드시는 맥알못인데 반응이 좋았다. 비어소믈리에인 아내는 '영악하게 만드셨군요'라고 평가했다. 원하던 캐릭터가 다 발현됐다는 점에서 기분이 좋았다. 제품 샘플은 한번에 승인돼 공장에서 2020년 4월 본생산에 들어갔다."
—상당히 빠른 시간 내 소비자 반응이 폭발적이었는데, 그 때 소감은.
"2020년 5월 출시된 후 이렇게 빨리 많이 판매된 건 처음이었다. 재구매율이 좋아 유통채널 MD들에게 잘팔릴 것 같다고 연락이 왔다. 많은 회사들이 컬래버레이션해서 다양한 수제맥주들이 편의점에 쏟아지기 시작했다. 우리나라에 많은 수제맥주가 있다는 걸 인식할 수 있고 소비자들도 개인 취향에 맞는 수제맥주를 골라마실 수 있는 바탕이 생겼다.
순식간에 다양한 제품들이 생겨나면서 소비자들이 피로감을 느낀다는 지적도 있지만, 제품 선택지를 늘리고 성숙한 시장이 되어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제가 만든 맥주로 인해 수제맥주에 대한 인식이 높아진 것 같아 보람을 느낀다."
—수제맥주 개발 1세대인데 업계에 바라는 점은.
"2000년대 초반만 해도 수제맥주 업계는 어둠의 터널이었고 국내 사람들은 오비맥주, 하이트진로밖에 몰랐다. 한때 180개 정도였던 수제맥주사가 2009년엔 30~40개사로 줄었다. 중소사들은 소규모인지라 OEM 후 다 못 팔면 악성재고가 되기에 부담을 감내하지 못해 사업을 많이 접는다.
산업군이 작아 업계 사람끼리는 서로 다 안다. 양조사 모임을 유지하며 정보를 공유하기 때문에 경쟁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수제맥주시장이 더 커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