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은 독자 생태계, 혼다·닛산은 공동개발…미래차 '두뇌전쟁'

한상진 기자 / 2026-09-02 14:30:08
혼다·닛산, 디자인·브랜드·주행 특성은 유지…ECU·차량용 OS 공동개발
현대차그룹, 자체 생태계 기반으로 엔비디아·퀄컴과 선택적 협력

자율주행 시대를 앞두고 글로벌 완성차 업계가 소프트웨어중심자동차(SDV) 경쟁력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일본의 대표 완성차 업체인 혼다와 닛산은 미래 자동차의 '두뇌'에 해당하는 전자제어장치(ECU)와 차량용 운영체제(OS)를 공동 개발하기로 했다. 막대한 개발비 부담을 나누고 규모의 경제를 확보하려는 전략이다. 

 

▲ 2024년 8월 1일 당시 닛산 사장(왼쪽)과 혼다 사장이 일본 도쿄에서 열린 공동 기자회견에서 악수하고 있다. [뉴시스 제공]

 

현대차그룹은 그룹 내부의 소프트웨어 역량을 중심으로 자체 SDV 체계를 구축하면서 엔비디아·퀄컴 등 외부 기술기업과 필요한 분야에서 협력하고 있다. 글로벌 완성차 업계의 SDV 경쟁이 '완성차 업체 간 공동개발'과 '독자 생태계를 기반으로 한 선택적 협력' 등 다양한 방식으로 전개되는 모습이다.


2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최근 혼다와 닛산은 차세대 SDV에 적용할 핵심 ECU와 소프트웨어를 공동 개발하고 표준화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양사가 서로의 디자인과 브랜드, 주행 특성을 유지하되, 그 안에서 작동하는 '중앙 컴퓨터와 기본 운영체제'를 공동 개발하는 방식이다. 공동 개발한 시스템은 2029회계연도 이후 출시되는 양사의 차세대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에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SDV는 차량의 주요 기능을 하드웨어보다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구현하는 자동차다. 스마트폰처럼 무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OTA)를 통해 차량의 성능과 기능을 지속적으로 개선할 수 있다. 자율주행과 인공지능(AI), 인포테인먼트 기능이 확대되면서 차량용 OS와 통합제어 기술은 완성차 경쟁력을 결정하는 핵심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혼다와 닛산의 이번 협력은 2024년 12월 시작된 경영통합 협상이 이듬해 결렬된 뒤 구체화됐다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회사 통합은 무산됐지만 연구개발비가 많이 들어가는 미래차 핵심 기술에서는 협력을 이어가기로 한 것이다.

양사는 ECU와 기반 소프트웨어의 공통 사양을 만들고 개발 인력과 기술 자원을 함께 활용할 방침이다. 이를 통해 개발 기간과 비용을 줄이고 부품 조달과 차량 적용 과정에서 규모의 경제를 확보한다는 구상이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완성차 업체끼리 손을 잡았다는 사실만으로 SDV 경쟁력이 곧바로 높아지는 것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혼다와 닛산이 제휴를 통해 새로운 돌파구를 만드는 것"이라면서도 "성공할지 실패할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시호 연세대 첨단융합공학부 교수도 "혼다와 닛산 모두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선도적인 경쟁력을 가진 업체로 평가하기는 어렵다"며 "혼다·닛산의 협력이 그 자체로 기술 경쟁력 향상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진단했다.

현대차그룹은 다른 완성차 업체와 기반 기술을 공동 개발하기보다 현대차·기아와 42닷, 현대모비스 등 그룹 내부 역량을 중심으로 SDV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 반도체와 자율주행 등 외부 전문기업의 기술이 필요한 분야에서는 전략적 협력을 병행한다.

그룹의 핵심 부품·소프트웨어 계열사인 현대모비스는 SDV용 표준 소프트웨어 플랫폼과 통합제어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지난 1월에는 퀄컴과 SDV·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 통합 솔루션을 공동 개발하기로 했다. 5세대 이동통신(5G) 기반 텔레매틱스 제어기 개발도 추진하는 등 차량 연결성과 제어 기술을 강화하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달 26일 열린 '2026 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차량 데이터 수집과 분석, AI·서비스 개선, OTA 배포로 이어지는 '데이터 선순환 체계'를 SDV 전략으로 제시했다. 현대차·기아와 42닷, 모셔널 등이 확보한 데이터를 통합적으로 활용해 차량 소프트웨어와 자율주행 AI를 지속적으로 고도화한다는 계획이다.
 

자율주행 분야에서는 엔비디아와 협력해 2028년 출시할 첫 SDV 양산 모델에 레벨2+ 수준의 고도화된 주행보조 기술을 적용할 예정이다.

 

레벨2+는 운전자가 도로 상황을 계속 살피는 가운데 차량이 속도 조절과 차선 유지·변경 등을 수행하는 기술을 의미한다. 정해진 조건에서 시스템이 주행을 책임하고 필요할 때 운전자에게 제어권을 넘기는 레벨3과 구분된다.

 

이후 실제 주행 데이터를 축적해 그룹의 자율주행 AI인 '아트리아 AI'를 고도화하고 적용 범위를 레벨4까지 단계적으로 넓힐 방침이다.

전문가들은 혼다·닛산과 현대차그룹의 전략을 단순히 공동개발과 독자개발의 대결로 봐서는 안 된다고 설명한다. 차량의 기반이 되는 전기·전자 아키텍처와 그 위에서 작동하는 자율주행·인포테인먼트 기술은 역할이 다르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SDV는 차의 뼈대를 만드는 것이고 자율주행은 그 위에 기능을 얹는 것"이라며 "엔비디아는 자동차의 뼈대를 만드는 회사라기보다 기능을 구현하는 데 필요한 프로세서를 공급하는 회사"라고 설명했다.

협력이 필요한 영역과 독자 기술을 확보해야 할 영역을 구분하는 것도 중요하다. 김 교수는 "전기차도 배터리 기술은 업체마다 다르지만 충전구는 인터페이스를 맞춰야 한다"며 "SDV에서도 OTA 프로토콜 등 공통 표준을 만드는 데는 업체 간 협력이 가능하지만 핵심 기술은 각자 개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결국 SDV 경쟁의 성패는 동맹 여부만으로 결정되지 않을 전망이다. 차량 아키텍처와 운영체제, 데이터 등 핵심 기술을 얼마나 확보하고 있는지와 표준화·반도체·자율주행 등 외부 협력이 필요한 분야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활용하는지가 관건이다.

혼다·닛산은 공동개발을 통해 비용과 개발 기간을 줄이는 전략을, 현대차그룹은 자체 생태계를 중심으로 기술 주도권을 확보하면서 외부 전문기업과 선택적으로 협력하는 전략을 택했다. 서로 다른 접근법이 실제 차량의 성능과 개발 효율로 어떻게 이어질지 주목된다.

  

KPI뉴스 / 한상진 기자 shiraz@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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